[형이상학] 보편자 실재론에 대한 의미론적 근거

본 [형이상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1년 1학기 서울대학교 ‘형이상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핸드아웃을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보편자라는 존재자를 받아들일 이유가 있는가? 새로운 범주의 존재자를 존재론 안에 상정해야 할 이론적인 근거가 무엇인가?

의미론적 근거
; 우리의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 언어에 대한 우리의 직관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였을 때 보편자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어떤 진술은 세계를 기술하고 보고하는 기능을 한다,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 진술 (가) ‘소크라테스는 용감하다’는 그 자체로 참이 될 수는 없다
; 비언어적인 어떤 것이 있어 참이 되는 것 같다
; 가령, 소크라테스라는 비언어적 존재자가 있고, 소크라테스가 가지는 성질이 있어 진술 (가)가 참이 되는 것 같다

의미론적 고려로부터의 논증

  1. 참인 주술문장은 세계의 구조를 반영한다: 참인 주술문장은 주어가 표현하는 언어 외적인 것과 술어가 표현하는 언어 외적인 것의 언어 외적 관계에 의해 참이다
  2. 따라서, (가)에 나타난 ‘소크라테스’에 대응하는 언어 외적 요소와 더불어 술어 ‘용감하다’에 대응하는 언어 외적 요소가 있다
  3. 따라서, 보편자가 실재한다.

; 이 논증은 언어적 표현이 있다면 그 언어적 표현에 상응하는 비언어적 존재자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든 언어적 표현에 상응하는 비언어적 존재자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ex. ‘또는’, ‘그리고’ 등의 논리 연산자
; 인공언어를 구분하면 논리적 표현들(연산자들)과 비논리적 표현들(개체상항, 술어들)이 있다
; 이 논증은 언어 표현들 중에는 언어 외적인 어떤 존재자에 대응함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표현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표현들이 있다는 기본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논증을 평가해 보자
; (1), (2)가 참이라면 술어 ‘용감하다’에 대응하는 비언어적 존재자가 있다
; 술어에 대응하는 언어 외적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속성이라고 부르자
; (1), (2)가 참이라면 우리는 ‘속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즉 이 논증은 속성 실재론 논증이 된다
; 그렇다면 존재하는 속성의 본성이 무엇인가? 속성의 존재로부터 속성이 보편자라는 사실을 바로 이끌어낼 수는 없다
; 의미론적 논증은 보편자 실재론을 옹호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논증은 보편자 실재론 논증이 되기 위해 어떻게 확장되어야 할까? 무엇을 추가적으로 논증해야 하는가?

‘플라톤은 용감하다(나)’를 고려했을 때, (가)에 나타난 술어 ‘용감하다’에 상응하는 속성과 (나)에 나타난 술어 ‘용감하다’에 상응하는 속성이 존재하고, 두 속성이 동일하다면 속성은 보편자인가?
; 일단 각 술어가 표현하는 속성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가지는 용감함은 플라톤이 가지는 용감함과 다르다(트롭 유명론), 같은 술어가 다른 개체에 적용될 때 같은 술어가 표현하는 속성은 서로 다른 속성이다, 속성은 보편자가 아니다

두 술어가 표현하는 속성이 동일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보편자 실재론이 따라나오는가?
; 공통된 용감함이라는 속성이 보편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가령 속성을 개별자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면, ‘용감하다’라는 술어는 용감하다는 술어가 참되게 적용되는 개체들의 집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때 ‘용감하다’라는 술어에 상응하는 속성은 동일한 것이지만, 개체들의 집합은 보편자가 아니다. 보편자란 개별자들과 독립적으로 이해되는 다른 범주의 존재자이어야 하지만 이때 개체들의 집합은 개별자들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존재자일 뿐이다(집합 유명론)

속성은 트롭인가, 일종의 집합인가, 보편자인가?
; 속성 실재론 중에서도 트롭이론, 집합이론, 보편자론(보편자 실재론)이 있을 수 있다
; 속성이나 보편자 등이 실재하는가 아닌가의 여부에 따라 실재론과 유명론을 구분할 때, 유명론의 어원은 보편자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보편자에 따라 실재론자와 유명론자로 구별하자, 즉 보편자 실재론을 거부하는 입장을 유명론자라 하자
; 속성실재론 / 속성반실재론 / (보편자) 실재론 / (보편자) 유명론
; 트롭이론은 트롭 유명론, 집합이론은 집합 유명론이라 부를 수 있다
; 속성 반실재론 또한 유명론이 될 것이다


의미론적 논증에서 보편자 실재론자들이 궁극적으로 취하고자 하는 의미론적 입장, 의미론적 논제
: 임의의 주술 문장 ‘a는 F이다’에 대해, ‘a는 F이다’가 참 iff ‘a’가 지시하는 존재자가 ‘F’가 표현하는 보편자를 예화한다
; ‘임의의’라는 조건으로 인해 이러한 의미론적 논제는 보편자 실재론자가 받아들이기에도 너무 강할 수 있다

‘철수는 총각이다’는 참이다 iff ‘철수’가 지시하는 존재자가 ‘총각임’이 표현하는 보편자를 예화한다(간단하게, ‘총각임’이라는 보편자가 있다)
; ‘총각’을 ‘결혼하지 않은 남자’로 정의할 수 있다면(‘총각임’이 더 기초적인 술어들을 통해 분석될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총각임’이라는 보편자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 없이 ‘총각임’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술어들에 상응하는 보편자들이 있다고 상정하면 충분할 것 같다

‘갑은 전하 C를 가지고 있거나 질량 M을 가지고 있다’는 참이다 iff ‘전하 C를 가지고 있거나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이라는 보편자가 있다
; disjunctive universal은 존재하는가?
; 갑이 질량 M을 가지고 있다면 갑은 그에 상응하여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
; 이처럼 ‘질량 M을 가지고 있다’, ‘빨강이다’, ‘날카로운 모양의 금속 재질을 가지고 있다’ 등 어떤 속성이 실재한다면 그 속성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그 속성과 결부되어 있는 모종의 인과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선언적 속성은 어떠한가?
; 선언적 보편자 ‘전하 C를 가지고 있거나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이 있고, 갑이 전하 C는 가지고 있지 않고 질량 M을 가지고 있다고 해 보자
; 그럼 이때 갑은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이라는 속성(보편자)뿐 아니라 ‘전하 C를 가지고 있거나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이라는 속성(보편자)을 가지고 있다(사소하게 예화한다)
; 갑은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이라는 보편자에 결부된 힘을 가진다, 그러나 선언적 속성 ‘전하 C를 가지고 있거나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을 가진다고 해서 갑이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을 가짐에 따라 가지는 힘 이외에 추가적인 힘을 가지게 되지는 않는다
;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이라는 속성은 그것에 상응하여 그것을 가지는 대상이 가지는 인과력이 있는 반면, 선언적 속성 ‘전하 C를 가지고 있거나 질량 M을 가지고 있음’은 그러한 인과력이 없다
; 이러한 선언적 속성은 개념적으로 구성된 것이지, 그에 상응하는 보편자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을은 전하 C를 가지고 있지 않다(ㄷ)’는 참이다 iff ‘전하 C를 가지고 있지 않음’이라는 보편자가 있다
; 부정적 술어에 상응하는 부정적 보편자는 존재하는가?
; 앞선 문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철수는 자기-예화하지 않는다(ㄹ)’는 참이다 iff ‘자기-예화하지 않음’이라는 보편자가 있다
; 보편자 실재론에 따랐을 때 자기 스스로를 예화하는 존재자가 있는가? 어떤 보편자는 자기 자신을 예화할 수 있는가?
; ‘추상적임’이라는 보편자는 ‘추상적임’이라는 보편자를 예화한다, ‘추상적임’은 추상적이다
; 반면 개별자는 자기예화할 수 없으며(예화될 수 없음), 자기예화되지 않는 보편자도 많다, ‘빨강임’은 빨갛지 않다
; 따라서 (ㄹ)은 참이다
; 그러나 이때 ‘자기-예화하지 않음’이라는 보편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 ‘자기-예화하지 않음’이라는 보편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이 보편자는 자기-예화하거나 자기-예화하지 않는다
; ‘자기-예화하지 않음’이 자기-예화한다면, 그 보편자가 자기-예화한다는 것은 그 보편자가 자기-예화하지 않음을 예화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예화하지 않게 된다
; ‘자기-예화하지 않음’이 자기-예화하지 않는다면, 그 보편자가 자기-예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예화하지 않음이 자기-예화하지 않음을 예화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예화하지 않음이 자기-예화하게 된다
; 이처럼 어떠한 경우라도 모순에 빠지므로 ‘자기-예화하지 않음’이라는 보편자는 존재할 수 없다
; 따라서 (ㄹ)이 참이기는 하지만 그에 나타난 술어에 상응하는 보편자가 있음은 받아들일 수 없다

술어를 근본적인 술어와 그렇지 않은 술어 두 종류로 구분함으로써 보편적 실재론자들의 의미론적 논제를 보다 약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 근본술어가 나타난 주술문장에 한정하여 제한된 의미론적 논제를 적용하자
; 근본술어가 참인 주술문장에 나타난다면 그 근본술어에 상응하는 보편자가 존재한다고 제한하자
; 근본술어와 비근본술어의 구분은 다양할 수 있을 것 같다(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 따르면 근본술어는 기본 입자 + 유기체적 실체를 기술하는 종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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