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 부분 변화의 퍼즐에 대한 전속이론의 대응

본 [형이상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1년 1학기 서울대학교 ‘형이상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핸드아웃을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속성에서의 변화를 넘어, 물리적 부분에서의 변화를 살펴보자
; 우리는 부분에 있어 변화가 있더라도 계속해서 지속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현상이 전속이론과 내속이론 하에서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 속성 변화와 관련해서는 현재론적 내속이론과 영원론적 내속이론을 나누어 살펴 보았지만, 부분 변화와 관련해서는 현재론적 내속이론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고 전속이론과 영원론적 내속이론만의 관점만을 고려하고자 한다 (속성 변화에 대한 현재론적 내속이론의 방식이 유사하게 적용되고 유사한 문제가 제기되기에)
; 속성에서의 변화 현상에 대해서는 내속이론과 전속이론이 각각 어떻게 설명하는지 중립적으로 논의했다면, 부분에서의 변화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전속이론의 관점에서 내속이론에 대한 반대 논증의 형식으로 설명이 제시되어 왔다
; 내속이론이 맞다면, 개체가 지속할 때 통시간적으로 수적 동일한 어떤 개체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면, 개체가 물질 부분을 가지고 있을 때 그 물질 부분이 바뀌면서도 동일한 대상이 지속한다는 생각과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
; 내속이론의 관점에서 부분 변화에 대한 설명은 도전적인 과제가 되는 것 같다
; 그러나 우리는 먼저 상황을 중립적으로 설정해서 개체가 부분에서 변화하면서 지속하는 현상을 전속이론과 내속이론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살펴 보자

부분 변화에서 일종의 퍼즐이 발생한다
; 개체가 부분에서 어떤 변화를 겪으며 지속했다고 하면 퍼즐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 각 주장을 독립적으로 보면 그럴 듯하나 그것들을 동시에 받아들이고자 하면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이 따라나온다(퍼즐, 역설)
; 그 주장들 중 어떤 것이 문제인지 제시함으로써 퍼즐이 해결될 수 있다

부분 변화의 퍼즐
; 데카르트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온전한 몸을 가지고 데카르트가 지속할 때 그의 왼손도 지속한다
; 그의 왼손이 지속한다면 그의 왼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도 지속한다
; 그의 왼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데카르트-마이너스’라 불러 보자

; 온전한 몸을 가지고 생활하던 데카르트가 어느 날 사고로 왼손을 잃었다고 해 보자
; 왼손을 잃었다 해도 데카르트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 특히 내속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데카르트는 수적으로 동일한 대상이므로,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와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는 동일한 대상이다
(1) 이전-데카르트 = 이후-데카르트

; 사고 시점을 전후로 데카르트-마이너스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마이너스와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마이너스를 비교해 보면,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마이너스는 계속 지속하는 것 같다
; 사고 전후로 데카르트-마이너스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 따라서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마이너스와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마이너스는 동일한 대상이다
(2) 이전-데카르트-마이너스 = 이후-데카르트-마이너스

; 데카르트는 사고 이후에 생존했고, 데카르트-마이너스는 사고 이후에도 지속했다
; 사고 이후 시점에 데카르트와 데카르트-마이너스는 정확히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정확히 같은 물리적 부분을 가지고 있다
; 따라서 사고 이후 시점에 데카르트와 데카르트-마이너스는 동일한 대상이다
(3) 이후-데카르트 = 이후-데카르트-마이너스

그런데 (1), (2), (3)이 모두 참이라면, 사고 이전 데카르트는 사고 이전 데카르트-마이너스와 동일한 대상이 된다
(4) 이전데카르트 = 이후-데카르트 = 이후- 데카르트 마이너스 = 이전데카르트 마이너스 (동일성의 이행성을 적용)
; 그러나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와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마이너스 두 대상은 동일하지 않다, 명백히 같은 대상일 수 없다
; 이러한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 (1), (2), (3)으로부터 따라나온다


퍼즐이 성립하게 된 근본적인 가정은 (1)에 대한 가정이다
; 데카르트는 지속하는데, 지속한다는 것은 내속한다는 것이다
; 내속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수적으로 동일한 하나의 대상이 있다는 것이다
; 전속이론가들은 (1)이 틀렸음을 지적할 수 있다

전속이론가의 관점에서 이 상황은 어떻게 이해될까? (4)가 따라나오지 않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1), (2), (3)이 동시에 참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면 될 것이다
; 전속이론가라면 (1)이 잘못됐다, 결국 내속이론이 잘못됐다고 말할 것이다

; 그런데 전속이론의 관점에서도 (1)이 참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와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가 시간 부분의 합으로서의 지속체를 지시한다면 (1)이 참일 수 있다, 수적 동일성이 성립한다
; 그런데 (1)이 이와 같은 전속이론의 관점에서 참이라면 (1), (2). (3)이 동시에 참일 수는 없게 된다
; 전속이론의 관점에서 (2)가 참이기 위해서는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마이너스와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마이너스가 지시하는 것은 시간 부분의 합으로서의 지속체를 지시해야 한다
; 그것은 가능하다
; 한편 전속이론의 관점에서 (3)은 참일 수 없다
; (1)이 참이기 위해 이후-데카르트는 시간 부분들의 합이었다
; 이에 따르면 (3)에서 이후-데카르트는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 전체 시간 부분과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 전체 시간 부분의 합이고, 이후-데카르트-마이너스는 사고 이전의 데카르트-마이너스 시간 부분과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마이너스 시간 부분의 합이다
; 그러나 사고 이전 데카르트의 왼손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둘은 동일한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 따라서 이와 같은 이해에서 (3)은 거짓이다
; 물론 전속이론에서 (3)을 참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 (3)에서 이후-데카르트가 지속체로서의 데카르트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 전체 시간 부분을, 이후-데카르트-마이너스가 사고 이후의 데카르트-마이너스 시간 부분을 지시한다면 (3)은 참이 될 것이다
; 그러나 그렇다면 (1)과 (2)가 동시에 참일 수 없게 될 것이다
; 이처럼 전속이론의 관점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1), (2), (3)이 동시에 참인 경우는 없다
; 따라서 (4)는 따라나오지 않는다
; 퍼즐이 해결된다

; 이렇듯 ‘t의 데카르트’라는 이름의 사용이 t에만 한정적으로 존재하는 데카르트의 시간 부분을 지시할 수도, 그 시간 부분을 포함하는 시간 부분들의 합으로서의 지속체를 지시할 수도 있다
; 전속이론가는 이 퍼즐이 이러한 애매성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깔끔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 반면 내속이론가는 이처럼 깔끔한 답변을 제공할 수 없다
; 전속이론의 대응은 straightforward하고 일의적인 반면 내속이론의 대응은 여러 방식이 있다
; 이어서는 내속이론의 여러 대응 방식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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