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형이상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1년 1학기 서울대학교 ‘형이상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핸드아웃을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비존재의 역설에 대한 러셀의 견해, 러셀의 의미론과 존재론을 살펴보자
초창기 러셀(1903)의 견해
; 모든 term은 어떤 의미에서 있다고 할 수 있다(Every term has being, i.e. is in some sense)
; 어떤 것을 언급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것이 있음을 보여준다(To mention anything is to show that it is)
; 지시적 표현이 포함된 서술문장이 참이라면 그것은 참인 명제를 포함하고 그 표현이 지시하는 것이 반드시 있다
; 지시적 표현에 의해 언급되는 모든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있다는 것이므로, ‘키메라가 있다’라고 할 때의 ‘있다’와 ‘남산타워가 있다’라고 할 때의 ‘있다’가 구별될 여지가 있다
; ‘남산타워가 있다’라고 할 때의 ‘있음’은 ‘키메라가 있다’라고 할 때의 ‘있음’을 가지고 있다
; 그러나 ‘남산타워가 있다’라고 할 때의 ‘있음’은 그러한 의미에서의 ‘있음’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 가령 시공간적 위치를 가진다의 있음, 인과력을 가진다의 있음 등을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다
; 참인 명제에서 지시적 표현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의 ‘있음’과 그렇지 않은 ‘있음’의 의미를 구별해 보자, 후자를 ‘존재’라고 해 보자
; 이렇게 러셀에 있어 ‘있음’과 ‘존재함’은 구별 가능한 것이다
; 어떤 것은 있기는 하지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 키메라는 있는 것이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러셀의 초기 입장
의미론적 주장(ER1); 유의미한 진술에 나타나는 지시적 표현은 있는 것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존재론적 주장(ER2); 있음과 존재함은 구분된다
; ER1을 받아들이면서 ER2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러셀은 비존재의 역설 논증에서 P3를 거부하게 된다 (ER2에 의해)
*비존재의 역설
P1. S는 a에 관한 것이다.
P2. 만약 S가 a에 관한 것이면, a가 있다.
P3. 만약 a가 있다면, S는 참이 아니다.
C. 따라서 S는 참이 아니다.
러셀은 이후 견해를 바꾼다
; 러셀은 (마이농의 견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초창기 견해를 비판한다
; 그러한 견해는 실제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잘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On Denoting에 드러난 러셀의 입장 변화 계기
; 우리는 일상언어의 표면 형식으로 인해 종종 혼동한다, 일상언어는 존재론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근원이다
; 가령, ‘I see nothing’에서 표면적으로 nothing이 어떤 것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에 따라 우리가 ‘nothing’을 보았다고 이해함으로써 존재론적 문제가 발생한다
; 존재론적 탐구를 위해서는 일상언어의 표면적 형식이 아닌 논리적 형식을 잘 분석해야 한다
; 논리적 형식이 드러나도록 일상언어를 잘 분석한 후에 존재론적 문제를 살펴야 한다
; 초기 러셀의 의미론적 주장 ER1에서처럼 지시적 표현이 어떤 대상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할 수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분석이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 일상언어에서 지시적 표현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어떤 있는 대상을 지시함으로써가 아니다 (ER1 거부)
; 또한 있음과 존재함을 구별할 수 없다, 있음과 존재함은 같다고 말한다 (ER2 거부)
그렇다면 이제 러셀이 답해야 할 것들은,
Q1. 일상언어에서 지시적 표현은 어떤 것들인가?
A1. 한정기술구(정관사기술구), 이름, 지시사
Q2. 지시적 표현은 어떻게 의미를 가지는가? 지시적 표현이 어떤 있는 것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면 지시적 표현의 의미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A2. 한정기술구에 집중해서 이야기해 보자(*한국어 표현에는 ‘the’가 없지만 우리는 맥락을 통해 정관사기술구로 의도된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문장 ‘현재 한국의 왕은 대머리이다(The present king of Korea is bald)’를 분석해 보자
; 초창기 러셀은 ‘현재 한국의 왕’은 어떤 의미에서 있음을 가지고 그렇기에 이 문장은 유의미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 이후의 러셀은 ‘현재 한국의 왕’이 어떤 대상을 가리킨다고, 어떤 있는 것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지시적 표현이 어떤 대상을 가리키지 않음에도 이 문장이 유의미함을 밝히기 위해서는 문장이 논리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 ‘The F is G’는 ‘유일한 F가 G이다’, ‘유일하게 F인 x가 있고 x가 G이다’, ‘최소한 어떤 한 대상이 있어서 그 대상이 F이고, F인 어떠한 대상이라면 그것은 모두 F와 동일하며, 그 대상이 G이다’로 분석된다(For some x, x is a unique F and x is G)
; ‘현재 한국의 왕은 대머리이다’가 이처럼 분석된다면 그 문장에는 지시적 표현이 더는 등장하지 않는다
; 결국 이 문장 5는 ‘유일하게 현재 한국의 왕인 x가 있고 x는 대머리이다(5’)’로 분석된다
; 5를 표면적으로 보면 ‘현재 한국의 왕’이라는 표현이 특정한 개체를 지시한 후 그 개체가 대머리라고 말하는 것 같다
; 그러나 문장 5’를 보면 x는 유일하게 현재 한국의 왕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이며, 어떤 특정한 한 개체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변항 x는 범위 내의 임의의 대상에 대해 말하는 것)
; 즉 ‘현재 한국의 왕은 대머리이다’는 어떤 특정한 대상을 지시하고서 그 대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일상언어 문장의 표면적 형식을 보는 대신 해당 문장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면, 지시적 표현이 있는 것을 가리킴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한정기술구는 그 한정기술구가 나타난 양화문장 안에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5를 5’으로 분석하는 것이 올바르다면, 5와 5’은 진리값에 있어 일치해야 한다
; 우리는 5를 거짓이라고 생각하고(직관), 5’도 거짓이다(유일하게 현재 한국의 왕인 x가 있지 않기 때문에)
; 러셀에 따르면 5’가 거짓이기 때문에 5도 거짓이다, 5가 거짓이라는 우리의 언어적 직관은 5’이 거짓이라는 분석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cf. 5는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다 (스트론슨) > 현재 한국의 왕이라는 전제되는 바가 없기 때문에, 참거짓은 그 진술의 전제가 만족되었을 때 이야기할 수 있다
한정기술구와 관련된 러셀의 분석이 드러내는 바
- 한정기술구는 직접적으로 혹은 그 자체로 어떤 대상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 한정기술구를 분석하였을 때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상이 존재함으로써 한정기술구가 간접적으로 지시하는 대상이 있을 수 있다 - 어떤 문장에 한정기술구가 나타난다면 그때 한정기술구는 유의미하게 사용된 것이다
; 한정기술구가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대상이 없는 경우라도 한정기술구가 나타난 문장에서 한정기술구가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다 - 러셀에 의해 한정기술구가 나타난 문장이 분석됨으로써 한정기술구가 의미를 가지게 된다
; 한정기술구가 포함된 일상적인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주술 문장(현재 한국의 왕이 있어서 그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그는 대머리), 논리적 형식에 있어서는 양화 문장(유일하게 한국의 왕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 x가 있고 x가 대머리)이다
러셀의 견해가 일상언어의 이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적용되는가?
; ‘현재 한국의 대통령’이라는 한정기술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재인이 제시된다
;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통해 문재인이 제시된다
; 문재인을 제시하는 이러한 두 제시방식에는 무언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 가령, 문장 ‘문재인은 사람이다’는 정말 진정한 의미의 주술문장인 것 같다(‘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서 정말 문재인을 제시하고 그 대상이 사람이라는 속성을 가진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문장 ‘발칸은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에서 ‘발칸’은 한정기술구가 아니라 이름이다
; 이 문장은 유의미한 것 같다
; 그런데 이때 이름이 직접적으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발칸’이라는 이름은 지시하는 대상이 없으므로 이 진술은 유의미해지지 못한다
러셀의 대응: 일상적인 이름은 위장된 한정기술구다
; 논리적인 분석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름은 한정기술구를 축약한 것이다
; 이름에 결부된 한정기술구가 있고, 우리는 이름을 그 결부된 한정기술구로 대체하여 이해해야 한다
; ‘문재인은 사람이다(6)’는 ‘제19대 한국 대통령은 사람이다(6’)’로 분석될 수 있다
; 이는 다시 ‘유일하게 19대 한국 대통령인 x가 있고, x는 사람이다(6″)’로 분석될 수 있다
; 결국 이름이 나타난 문장 역시 6”과 같이 양화문장으로 분석된다
; ‘문재인은 사람이다’에서 ‘문재인’은 유일하게 한국의 제19대 대통령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이 문재인이라는 의미에서 문재인을 간접적으로 지시한다
∴ 한정기술구와 이름은 직접적으로 대상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대상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표현이 있는가?
; ‘이것’, ‘저것’과 같은 지시사가 그러하다, 이것들은 반드시 어떤 대상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 또한 이름은 위장된 혹은 축약된 한정기술구인 일상 이름과, 직접 대상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진정한 이름(logically proper name)으로 나뉜다
지시사를 통해 직접 지시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러셀은 이러한 의미론적 결론에 대한 인식론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
; 우리는 어떤 대상을 직접적 대면을 통해 혹은 기술구를 통해 알 수 있다
; 그러데 이때 우리는 대상이 아니라 대상의 감각자료를 직접 대면하거나(대면적 앎, 직접적 앎), 기술구를 통해 대상을 간접적으로 대면한다(간접적 앎)
; 감각에 의한 직접적 대면의 대상이 되는 것에는 감각자료, 보편자가 있다(ex. 빨강 보편자), 이때 감각자료는 감각을 통해, 보편자는 추상화를 통해 직접 대면의 대상이 된다
; 일상적인 대상들은 우리의 직접적인 지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 따라서 지시사는 감각자료를 직접 지시함으로써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이것은 네모이다’에서 ‘이것’은 진정한 이름이며 이 문장은 진정한 의미의 주술문장이다
; ‘이것’은 직접적으로 대상을 지시하며 그것이 네모난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진술은 유의미하다
; 아무 감각자료도 지시하지 않으며 ‘이것은 네모이다’라고 한다면 그때의 진술은 무의미하다
러셀은 비존재의 역설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 있음과 존재함은 같다
; 유의미한 진술에 나타나는 지시적 표현들 가운데 진정한 이름만이 있는 것을 지시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한정기술구와 일상 이름은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
*비존재의 역설
P1. S는 a에 관한 것이다.
P2. 만약 S가 a에 관한 것이면, a가 있다.
P3. 만약 a가 있다면, S는 참이 아니다.
C. 따라서 S는 참이 아니다.
; 러셀은 한정기술구 a를 포함한 진술 S는 a에 관한 주술문장, 특정 개체에 관한 진술이 아닌 양화문장이라고 말한다(P1 거부)
; ‘현재 한국의 왕이 있다’라는 존재 양화 진술은 ‘현재 한국의 왕’ 등의 어떤 한 대상에 관한 진술이 아니라 오히려 이 세계 일반에 대한 진술로 이해된다
; 따라서 러셀은 한정기술구나 이름이 포함된 부정 존재 진술과 관련하여서는 P1이 거짓이라는 방식으로 비존재의 역설에 대응할 수 있다
; 한편 지시사와 진정한 이름을 포함한 진술에 관해서는(ex. 이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진술이 실제로 거짓이라고 말할 것이다
; 그 지시사를 유의미하게 사용한 문장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부정 존재 진술 S는 참일 수 없다(있음을 가정해야지만 진술이 유의미하다)
; 이처럼 러셀은 비존재의 역설에 대해 a라는 표현이 어떤 종류의 지시적 표현이냐에 따라 다르게 답변할 수 있다
러셀의 작업의 성격
; 러셀이 이러한 의미론적 주장을 한다고 해서 러셀의 논증이 제우스나 발칸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실재론적인 생각을 논박했다고는 할 수 없다(‘제우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참이 아니라는 비존재의 역설에 대응함으로써)
; 러셀의 논증은 실재론자들의 이론적 동기인 ‘일상언어의 유의미성 확보’가 빈약함을, 그러한 동기를 바탕으로 실재론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 따라서 러셀은 실재론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실재론을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이론적 동기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제, 러셀에게 ‘있음’ 혹은 ‘존재함’은 무엇인가?
; 그 대상이 존재한다는 성질을 가진다는 속성(술어로서 기능), 개체가 가지는 속성이다 > 자연스럽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 문장 ‘사람은 존재한다’는 특정 개체에 관한 진술이 아니라, ‘사람임’이라는 속성에 관한 진술이다
; ‘사람임’이라는 속성에 대해, ‘사람임’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즉 속성이 예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속성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있는, 그런 속성)
여기서 러셀은 명제함수 개념을 도입한다
; 원자문장에서 개체상항을 변항으로 대체한 표현(‘문재인은 남자이다’ > ‘x는 남자이다’)이 지시하는 함수, 그것이 명제함수이다
; 명제함수의 정의역은 개체, 치역은 명제다
; 어떠한 값을 취하더라도 항상 참인 명제를 산출하는 명제함수(‘x는 x이다’), 항상 거짓인 명제함수(‘x는 x가 아니다’), 참이거나 거짓인 명제함수가 존재한다
; 문장 ‘사람이 존재한다’는 ‘x는 사람이다’라는 명제함수에 관한 진술이다
; 이 문장은 명제함수 ‘x는 사람이다’가 때때로 참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 즉 ‘사람인 어떤 대상이 있다: There is a person, ((∃x)(x는 사람이다))’
; 결국 어떤 특정 개체를 상정하여 그 개체가 존재함이라는 속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존재한다’라는 술어는 분석하고 나면 없어진다
; ‘존재한다’라는 술어는 명제함수의 속성(그러한 명제함수가 때때로 참인 성질을 가진다)을 나타낸다
문장 ‘이것은 존재한다’
; ‘존재한다’라는 술어는 속성에 관한 술어, 따라서 속성에만 유의미하게 적용될 수 있다
; 그러나 ‘이것’은 속성이 아니라 개별 개체이므로 문법적으로 오류인 문장이다
; 존재는 개체의 속성이 아니라 속성의 속성이다(2차속성)
문장 ‘현재 한국의 왕은 존재한다’
; ‘유일하게 현재 한국의 왕인 x가 있고, x는 존재한다’
; 그러나 ‘x는 존재한다’에서 x는 어떤 속성이 아니므로 이는 그른 분석이다
; 따라서 ‘유일하게 현재 한국의 왕인 x가 있다’라고 분석해야 한다 > ‘유일하게 현재 한국의 왕임’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있음을 의미
; 존재는 개체의 속성이 아니기 때문에(철학적 동기) 1차 술어 논리학에는 ‘존재한다’를 표현하는 술어는 없다, ‘존재한다’와 관련하여서는 존재양화사만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