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철학] 기능주의: 감각질의 문제

본 [심리철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0년 2학기 서울대학교 ‘심리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수업 자료를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기능주의의 가장 큰 문제: 감각질의 문제

감각질
; 특정한 심적 상태가 가지는 독특한 질적 특징(현상적 특징)
; 모든 심적 상태가 감각질을 가지는 것 같지는 않다, 가령 믿음 같은 것들은 독특한 질적 특징을 가지는 것 같지는 않다
; 감각질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심적 상태들은 보통 감각 상태들인 것 같다 ex. 고통, 가려움, 시각 경험 상태

감각질의 문제
; 기능주의는 감각질을 포착할 수 없다
; 기능주의가 말하는 심적 상태의 본성은 그 인과적 역할이다, 따라서 감각 상태 역시 인과적 역할을 통해 포착하려 한다
; 그렇다면 기능주의는 감각 상태가 가지는 질적인 측면, 현상적인 특징을 완전히 놓치는 것 같다
; 감각 상태에 있어서는 그것이 가지는 인과적 역할과 현상적 성질이 분리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분리 가능함을 증명해주는 두 사례, 감각질 전도와 감각질 결여

• 감각질 전도(전도된 감각질)
; 두 사람이 행동적, 기능적으로 완전히 똑같아서 같은 입력인 빨강 경험 상태에 따라 같은 기능적 출력이 나온다고 가정하자
;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은 빨간 대상을 볼 때 경험의 질적 성질이 다르다고 가정하자 (이런 사람을 가정할 수 있다)
; 기능주의에 따르면 두 사람은 기능적으로 완전히 같으므로 같은 심적 상태에 있어야 하지만, 두 사람은 감각질과 관련해서 다른 상태에 있다

• 감각질 결여(결여된 감각질)
; 어떤 시스템이 인간과 행동적, 기능적으로 똑같다고 가정하자
; 그러나 그 시스템은 질적 특성을 결여하는 것이 가능하다(일종의 직관에 호소)
; 네드 블락의 “중국 국가” 사고실험
; 10억 명의 중국인들 각각이 두뇌의 뉴런 역할을 하여, 중국 국가가 한 사람의 두뇌의 기능적 구조를 그대로 시뮬레이션한다고 가정하자
; 중국 국가는 인간 두뇌와 기능적으로는 같지만, 중국 국가에는 인간 두뇌와 달리 질적 특성, 즉 감각질이 귀속되지 않는다

∴ 기능주의는 적어도 감각질(질적인 심적 상태)에 대해서만큼은 적절한 이론이 될 수 없다
; 기능주의는 입출력과 다른 심적 상태의 관계 속에서 심적 상태를 정의하지만, 질적 특성은 그 상태가 가지는 내재적 특성(관계적 특성이 아니라)이기 때문이다
; 관계적 특성만으로는 내재적 특성을 포착할 수 없다
; 따라서 기능적 정의를 통해 질적 특성을 포착할 수 없다

감각질 문제에 대한 기능주의자들의 대응

1. 전도된 감각질과 결여된 감각질을 인정
; 기능주의는 감각질을 포착하지 못함을 인정
; 그러나 감각질은 심적 상태의 본질적 요소가 아니므로 심적 상태의 기능을 포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
; 감각질은 각 심적 상태들을 잘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부차적 요소일 뿐
; 고통과 가려움을 빠르게 구별하게 해 주는 건 질적 특성이겠지만, 그 질적 특성이 고통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다

2. 두 시나리오에서 정말 두 체계가 기능적으로 차이가 없는지 반문(감각질 문제의 가정을 지적)
; 기능적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으면서 질적 특성에만 차이가 있을 수 있는가?
; 다른 질적 특성을 가진다면, 기능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
ex. 전도된 경우에서 ‘빨강이 주는 느낌’에 대해 차갑다/따뜻하다라고 대답하는 등 행동적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ex. 빨강-파랑과 초록-노랑 사이의 구분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행동적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3. 기능적 상태를 넘어 물리적 상태에 호소
; 기능적으로만 같다면 전도나 결여가 일어날 수 있지만, 기능적으로만 같을 뿐 아니라 그 기능을 실현하는 물리적 상태도 같다면 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대부분의 기능주의자는 물리주의자이다)
; 내재적인 물리적 상태에 의해 감각질의 질적 상태가 고정될 것이다
; 이때 여전히 다른 체계들(다른 물리적 본성을 가지는 체계들) 사이에서는 감각질의 전도, 결여가 여전히 가능하다
; 정말 물리적 상태가 동일하면 질적으로 동일한지, 즉 감각질이 물리적 상태에 수반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 이러한 수반은 일반적으로 직관에 의해 받아들여진다

• 수반을 지지하는 사고실험
; 혼선된 두뇌 사고실험, 전도된 감각질 사고실험의 변형
; 질적 특성은 기능적 역할이 아니라 물리적 특성에 수반한다는 직관을 강화
; 고통과 가려움이 전도된 경우를 상상하자(고통 신경 메커니즘과 가려움 신경 메커니즘을 교차)
; 우리가 고통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섬유 다발들을 고통 상자라 하자
; 정상적 경로는 ‘고통입력 > 고통 상자 > 고통출력’
; 정상적 경로를 변형시켜 ‘고통입력 > 가려움 상자 > 고통출력’로 만들자, 혼선된 두뇌
; 정상적 경로를 가진 사람과 혼선된 두뇌를 가진 사람이 동시에 고통입력을 받는다
; 기능주의에 따르면 입출력 관계가 같은 두 사람은, 활성화되는 신경섬유가 다르더라도 똑같이 고통 상태에 있다
; 그러나 이때 혼선된 두뇌를 가진 사람이 경험하는 질적 상태는 ‘가려움’인 것 같다
; 두 사람은 기능적으로는 같지만 두 사람이 하는 경험은 다른 것 같다

Q. 왜 우리는 혼선된 두뇌를 가진 사람이 ‘고통’이 아닌 ‘가려움’을 경험할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가정하는가?
; 어떤 두뇌 상태가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질적 경험이 결정된다는 직관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 질적 상태가 물리적 상태에 수반한다는 직관을 확인할 수 있다

• 수반에 반대하는 사고실험
; 물리적인 것이 감각질을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
; 수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서 데카르트/크립키의 상상가능성 논증
; 두뇌 상태는 똑같은데 감각질은 모두 결여된 생명체가 가능하다 (좀비 논증)

*여기서 제시된 감각질 전도, 감각질 결여, 혼선된 두뇌 사고실험은 기능주의에 대한 반박이지 물리주의(동일론)에 대한 반박은 아니다
; 어떤 사람들은, 기능상태가 동일할 뿐 아니라 두뇌상태까지 동일하다 할지라도 여전히 감각질 전도, 감각질 결여가 가능한 경우를 상상할 수 있으므로 물리주의 역시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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