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철학] 행동주의: 암스트롱의 행동주의 비판과 동일론

본 [심리철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0년 2학기 서울대학교 ‘심리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수업 자료를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암스트롱은 행동 성향에 의존하려는 행동주의의 대응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며, 행동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인 반직관성을 지적한다
; 행동주의는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을 부정하며, 마음이 단순히 행동과 같다고 말한다
; 그러나 “내가 사유하고 있지만 내 사유가 아무런 행동을 일으키지 않을 때조차 나의 사유를 구성하는 무언가가 내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세상 어떤 것보다도 명명백백하다”
; 행동은 정신 과정의 표현이거나, 정신 과정을 추론하는 근거이지, 행동과 정신 과정을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 행동주의는 마음 상태가 행동을 야기하는 내적 상태라는 점을 간과한다

암스트롱은 행동주의자들의 통찰을 일부 수용하며 수정안을 내놓는다
; 마음이 곧 행동이라는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지만, 행동을 통해 마음의 개념을 정의하려 했던 것은 옳은 것 같다
; 행동주의가 마음 상태의 개념들이 행동과 논리적으로 연결되었다고 본 것은 옳았을지도 모른다
; 아마도 마음 상태는 어떤 적절한 상황에서 어떤 범위의 행동을 야기하는, 행동의 내적인 원인일 것이다

암스트롱은 마음 상태의 개념들을 행동에 의해 정의하되, 행동 자체나 행동 성향으로 정의하는 대신 그 행동의 내적 원인으로 정의한다.
이때 여전히 행동이 마음 상태의 개념을 구성한다(행동은 마음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임은 인정한다).

행동주의자들과 암스트롱의 견해 차이는 성향적 속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대한 차이로 볼 수도 있다
; 행동주의자들이 성향에 호소한 것은 맞는 방향이나, 성향적 속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잘못된 견해를 가진 것이다
; 심적 상태는 ‘어떠어떠한 조건에서 어떠어떠한 행동이 나타난다’가 아닌, ‘어떠어떠한 조건에서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게끔 야기하는 상태에 있다’로 분석되어야 한다
; 즉 암스트롱은 조건문을 참이게끔 만드는 내재적 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는 대상 자체의 내적 상태에 호소하므로 성향에 대한 실재론적 분석이다

암스트롱은 행동주의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통해 동일론(유물론)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 심적 상태를 어떤 행동을 야기하는 내적 상태로 정의했을 때, 이러한 정의는 물리주의적 인간관을 함축하지는 않으나 그것과 양립가능하다
; 어떤 심적 상태가 어떤 행동을 야기하는 내적 본성이 무엇이냐,는 논리적 분석의 물음이 아닌 과학적 물음이 된다
; 심적 상태에 대한 정의 자체는 내적 본성이 물리적인 것인지 비물리적인 것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이러한 정의 자체는 모든 심신이론들과 양립 가능하다(실체이원론과도 양립 가능)
; 그런데 현대 과학이 말해주는 바에 따르면, 마음 상태는 중추신경계의 물리적 상태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동일론)

의미론적 물음과 존재론적 물음의 구분
• 의미론적 물음; 심적 개념의 의미는 무엇인가?
; 암스트롱이 수용하는 행동주의자들의 통찰은 의미론적 부분
• 존재론적 물음; 심적 상태의 본성은 무엇인가?
; ‘어떤 행동을 야기하는 내적 상태’라는 것의 본성은 무엇인가?
; 이는 의미론적 물음과는 독립적이므로, 이에 대해서 다양한 입장이 가능하다(물리주의와 양립가능하지만 물리주의를 함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학적 발견의 결과를 받아들이며, 암스트롱은 다음과 같은 논증으로 동일론을 옹호한다.
P1. 고통 = 조건 C에서 행동 B를 하게끔 야기하는 상태 (개념적 분석에 의해서)
P2. 조건 C에서 행동 B를 하게끔 야기하는 상태 = 두뇌상태 N (과학적 발견)
C. 따라서 고통 = 두뇌상태 N
; 마음 개념에 대한 인과적 분석을 통해 동일론을 옹호하는 논증을 제시
; 행동 성향으로서의 마음 개념 + 과학적 성과 = 동일론
; 암스트롱은 심신이원론 – 행동주의 – 동일론으로 가는 과정을 변증법의 정-반-합의 과정에 비유했다

논리적 행동주의와 존재론적 행동주의
논리적 행동주의: 심적 진술들의 의미에 관한 주장, 심적 진술을 심적 용어 없이 물리적, 행동적 진술로 번역할 수 있다
존재론적 행동주의: 심적 상태의 본성에 관한 주장, 행동으로 나타난 사실 이외의 심리적 사실은 없다, 내적인 심적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 두 행동주의는 논리적으로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함축하는 관계가 아니다

1) 논리적 행동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존재론적 행동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헴펠) 고통은 움츠리고 신음하는 행동이다
암스트롱) 고통은 움츠리고 신음하는 행동을 야기하는 원인이다
• 심적 진술의 의미에 관한 주장들로 해석할 때 모두 논리적 행동주의이다
; 암스트롱의 주장에서는 ‘원인’이라는 내적 상태를 가정하긴 하나, ‘원인’이라는 용어는 그 내적 상태가 심적 상태인지 물리적 상태인지는 함의하지 않는다(화제-중립적 용어), 따라서 암스트롱의 주장도 심적 진술을 심적 용어 없이 정의했다는 점에서 논리적 행동주의라 볼 수 있다
• 심적 상태의 본성에 관한 주장으로 해석하면, 헴펠의 입장은 존재론적 행동주의이지만 암스트롱의 입장은 존재론적 행동주의가 아니다
; 헴펠은 심적 상태는 행동일 뿐 내적 심적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 암스트롱은 원인이라는 내적 상태를 가정하고 있으므로 존재론적 행동주의가 아니다

2) 존재론적 행동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논리적 행동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 X와 Y가 같다는 것으로부터 “X”의 의미와 “Y”의 의미가 같다는 것은 따라나오지 않는다 ex. 유전자/DNA, 물/H2O, 번개/전기방전
; 존재론적 행동주의는 마음과 행동이 같다고 말하지만, 그것으로부터 “마음”의 의미와 “행동”의 의미가 같다는 것은 따라나오지 않는다
; 의미가 다르다는 것은 내포가 다르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내포: 일반적으로 의사소통하며 파악하는 뜻)
; (논리적 행동주의자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겠지만) 고통이 신음하고 움츠린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다른 것을 의미하면서도, 고통은 행동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 고통이 행동과 같다고 말한다고 해서, 고통의 의미가 행동의 의미라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ex. 방법론적 행동주의
; 행동을 설명할 때 방법론적 이유에서 존재론적 행동주의를 받아들인다
; 즉 내적 상태 인정하지 않음, 외적 행동만 가지고 얘기하자(심리학)
; 그렇다고 해서 방법론적 행동주의가 논리적 행동주의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 우리가 심적 용어를 사용할 때 그것이 행동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심적 용어는 여전히 직관적으로 내 안에 있는 내적 상태를 의미한다
; 우리는 그렇게 심적 용어를 사용하지만 사실 심적 용어가 의미하는 내적 상태는 없는 것이다
ex. 제거주의
; 심적 상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우리는 마음에 해당하는 개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쓰고 있지만 사실 그 용어가 의미하는 대상은 없다 ex. 마녀, 플로지스톤
; 그럼에도 우리는 마음 개념으로 어떤 것을 지칭하고는 있다, 개념을 유의미하게 쓰고 있다
; 심적 상태는 그에 해당하는 존재자가 없는, 사실은 잘못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