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 지속: 전속이론과 내속이론

본 [형이상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1년 1학기 서울대학교 ‘형이상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핸드아웃을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개체가 지속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 우리의 일반적인 이해를 먼저 살펴보자
; 한 개체가 여러 시점에 연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간헐적인 존재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 철수가 지속했다는 것은 한 시점에 존재했던 철수가 연속적으로 다른 시점에도 존재했다는 것을 뜻한다
; 개체가 t1 시점에 존재하고 다른 시점 t2에도 존재할 경우 그 개체가 지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 이처럼 한편으로 개체의 지속과 관련해서 우리는 그것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개체가 지속한다는 것은 그 개체가 여러 시점에 존재하는 것이라 할 때, 한 개체가 여러 시점에 존재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철학적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 한 개체가 여러 시점에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점, 즉 시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며 개체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 그에 따라 지속에 대한 이해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 일상적으로 우리는 개체가 지속한다는 것의 언어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어떻게 성립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지속과 관련된 철학적 논의에서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속에 대한 철학적 견해 두 가지를 살펴보자
; 철학적 견해를 더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보겠다
; 현대 과학은 현재론과 영원론 중 영원론을 지지하고 있다
; 먼저 영원론의 관점에서 지속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영원론의 관점에서 개체의 지속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 영원론은 4차원주의로서 이에 따르면 공간 차원뿐 아니라 시간 차원 또한 실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 물리계에 있는 대상은 4차원 좌표계를 통해 표상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좌표계에 상응하는 방식의 어떤 양상을 띄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 철수는 물질 부분들을 가지고 있고 물질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공간적으로 연장되어 있다
; 철수가 지속한다고 할 때, 철수는 연속적으로 여러 시점에 존재한다
; 한 시점에 국한해서 보자면 철수는 물리적 부분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물리적 부분들의 최대치는 철수 전체다
; 그런데 철수가 지속한다고 한다면 철수는 한 시점이 아니라 여러 시점에 있는데, 그 다른 시점에서 국한해 보면 철수는 또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물리적 부분들의 총합이 있다
; 이처럼 한 시점의 철수의 공간적 연장과, 다른 시점의 철수의 공간적 연장이 있다
; 한 대상이 시공간에 따라 이동하는 자취를 그 대상의 세계선(world line)이라 하자
; 철수의 세계선을 따라 그 세계선의 각 시점에 공간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철수를 볼 때는 한 시점에서 한 모습만을 보지만, 철수는 지속했으므로 세계선을 따라 이런 물리 부분들의 합을 생각할 수 있다
; 철수가 지속한다는 것은 철수가 시간축에 따라 연장되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 한 시점만 놓고 봤을 때 전체 공간에서 특정한 진부분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것을 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 가령 전체가 팔을 부분으로 가진다고, 한 시점에서 전체인 것이 팔을 부분으로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 그런데 4차원적 좌표를 통해 시간적으로 연장되어 있는 전체를 생각해 보면, 한 시점의 전체는 전체의 한 부분이 된다
; 그것을 전체의 시간 부분이라 하자
; 철수는 시간적으로 연장된 대상, 시간축에서 연장되어 있는 대상이다
; 철수는 여러 시간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 어떤 한 개체가 지속한다는 것은 그 개체가 시간적으로 연장되어 있다는 것으로, 그 개체가 여러 시간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 개체가 지속한다는 것은 시간 부분을 가짐으로써 성립한다(전속이론, perdurance theory)

; 우리가 일상적으로 개체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시간에 한정해서 그 개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 즉 개체의 시간 부분에 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 전속이론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부분에 대한 용어를 너무 왜곡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 전속이론가들은 이런 비판에 대응해서 시간 부분 대신에 시간 단면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용어법은 포기한 채 아이디어를 유지할 수 있다)
; 이제 개체는 여러 시간 단면을 가짐으로써 지속하게 된다

; 전속 이론에 따르면 지금의 나는 다른 어떤 전체적 대상의 부분이다
; 철수가 과거에 영희를 만났을 때, 철수는 하나의 온전한 개체로서 영희를 마주한 것인가?
; 일상적으로 그런 것 같지만 전속 이론에 따르면 철수가 만났던 것은 영희의 한 부분이다
; 또 지금 철수가 영희를 만났다고 해 보자
; 이때 역시 철수는 온전한 사람으로서 영희를 만났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전속 이론에 따르면 이때도 철수가 만난 것은 물질들의 합의 한 부분이다
; 우리는 한 시점에 한 개체를 마주할 때 상식적으로 하나의 온전한 개체로서 지각하고 마주한다고 생각한다
; 상식적 관점에 따르면 개체가 지속한다는 것은 한 시점에 어떤 개체가 존재하고 그 시점에 그 개체는 온전한 개체로서 그 자체로 존재하며, 다른 시점에도 그 개체가 존재하고 그 다른 시점에서도 그 개체는 또한 온전한 개체로서 그 자체로 존재한다
; 동일한 하나의 개체가 여러 시점에 각 시점에 온전한 하나의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지속하는 것이다(내속이론, endurance theory)
; 내속이론이 지속에 대한 상식적인 견해인 것 같다

; 영원론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전속이론은 아주 자연스러운 입장이었다
; 현재론자들은 전속이론을 강력히 반대하고 내속이론을 취한다

; 철수가 한때는 머리카락이 무성했고 지금은 대머리라고 해 보자
; 영원론과 전속이론 관점에서 철수가 한때 무성한 머리카락을 가졌다면, 철수는 단적으로 어떤 의미에서 무성한 머리카락을 부분으로 가지고 있다
; 한편 현재론과 내속이론 관점에서 본다면 철수가 한때 무성한 머리카락을 부분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그것이 단적으로 철수의 부분이라는 것이 따라나오지는 않는다
; 한때 철수가 무성한 머리를 부분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참이지만, 그 과거 사실로부터 그것이 단적으로 철수의 부분임이 따라나오지는 않는다
; 그 부분은 단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 철수의 무성한 머리는 철수의 과거의 부분일 뿐이고 어떤 것이 과거의 부분이라는 사실로부터 그것이 철수의 단적인 부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 현재론적 내속 이론의 관점에서 따르면 한 시점에 온전한 개체로서 존재했었던 개체가 지금 온전한 개체로서 존재한다면 그 개체는 지속한다
; 물론 온전한 개체로서 존재했었다는 사실로부터 지금 존재하는 어떤 것과 별개의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니다

영원론의 관점에서 전속이론이, 현재론의 관점에서 내속이론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온다
; 그러나 그 이론들이 함축관계를 맺는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 현재론이 전속이론과 양립할 수 없는가?
; 우리가 아는 개체들이 실제로 지속한다고 가정하면 두 주장은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 그러나 모든 개체가 지속한다는 사실을 거부한다면 전속이론과 현재론도 양립할 수 있을 것이다
; 즉 개체는 시간 부분을 가짐으로써 지속하는데 과거 시간 부분들은 존재하지 않는 비존재 시간 부분들이고 현재 시간 부분은 존재하는 시간 부분이라고 말함으로써 현재론과 전속이론이 논리적 의미에서 양립 가능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실제로 이런 입장을 취하는 사람은 없다, 비존재 시간 부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 실질적으로는 현재론을 취하면 전속이론을 취하기 어렵고 내속이론을 취해야 할 것 같다

; 영원론은 내속이론과 양립할 수 없는가? 영원론 하에서 내속이론을 취할 수 있는가?
; 영원론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시점 t1에서의 철수와 시점 t2에서 철수는 서로 다른 물리적 대상이다
; 철수1은 시점 t1에서 한정하는 존재자, 철수2는 시점 t2에서 한정하는 존재자다(시간 한정적 존재자, time bound object)
cf. 전속이론의 관점에서 지속체는 시간 한정적 존재자들의 합이다
; 각각 별개의 독립적인 개체들인 시간 한정적 존재자들이 내속이론적 의미에서 지속하는 것이 가능할까?
; 전속이론에서는 우리가 한 시점에 철수를 마주하고 있을 때 그 시점에 존재하는 그 물질 부분들이 철수의 전부라는 생각에 기반한다
; 그런데 철수가 그 물질 부분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물질 부분들의 합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 철수는 시간 부분들의 합으로 파생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면의 어떤 것이다
; 그렇다면 철수는 각 시점에서 온전한 개체로서 있게 된다
; 이처럼 영원론의 입장에서도 개체는 어떤 의미에서 공간 부분만 아니라 시간 부분을 가진다는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개체가 지속하는 것은 ‘시간 부분들을 가짐으로써, 시간 부분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가 아니라 그 개체가 단적으로 각 시점에 온전히 존재함으로써이다
; 이렇게 영원론을 받아들이면서도 내속이론적 직관을 포착할 수 있다

다발이론/기체이론/실체이론 중 전속이론은 우리에게 드러나 있는 것들의 합으로 개체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다발이론과 유사하다
; 영원론 하에서도 내속이론을 받아들이는 입장은, 시간 부분들은 드러나 있는 양상이고 기체 이론처럼 그것의 실소유자가 있어서 혹은 실체 이론처럼 formal entity가 있어서 개체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속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 이처럼 지속에 대한 견해가 개체에 대한 견해와 상당 부분 같이한다
; 다발이론과 전속이론이 연결되고, 기체이론 혹은 실체이론이 내속이론과 연결되는 것 같다
; 그런데 한편 전속이론이 다발이론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전속이론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는 콰인과 데이비드 루이스다
; 콰인은 단출한 유명론자, 루이스는 집합 유명론자로 개체를 속성들의 다발로 이해하지는 않았다
; 이들은 개체가 개체 아닌 존재자를 통해 환원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전속이론을 지지한다
; 이처럼 다발이론을 지지하지 않지만 전속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

; 다발이론과 유명론(단출한 유명론/집합 유명론)의 어떤 공통점이 그것들을 전속이론과 친화적이게 만드는가?
; 다발이론/유명론, 기체이론/실체이론이 있다고 했을 때 이것들 사이를 구분짓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 콰인, 루이스와 같은 유명론의 경우 개체를 속성들의 다발로, 속성들로부터 구축된 것으로 이해하지는 않지만 미시물리적인 작은 부분들로의 합으로 이해한다
; 반면 기체이론/실체이론의 경우 개체는 속성들이든 더 작은 미시적인 물질 부분이든 그것들을 통해 construct되는 파생적 존재자가 아니다
; 개체를 더 근본적 존재자를 통해 그것들의 합성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다발이론가나 유명론자들이 궤를 같이 한다
; 이런 점은 보다 전속이론과 친화적인 방식으로 개체의 지속을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측면이 있다

현대 과학은 현재론보다는 영원론을 지지하는데, 영원론이 전속이론을 함축한다면 결국 현대 과학은 내속이론이 아니라 전속이론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 영원론과 내속이론이 양립할 수 있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 영원론이 내속이론, 전속이론과 모두 양립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현대 과학이 내속이론과 전속이론에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점들을 고려한다면 현대 과학이 전속이론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 전속이론이 더 과학에 친화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인가? 전속이론은 어떤 점에서 과학 친화적인가?
; 전속이론은 경험주의적 전통에서 나온 다발이론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에 전속이론도 경험주의 전통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유념할 사항

범위
; 임의의 대상 x가 전속함으로써/내속함으로써 지속한다고 이야기할 때, 양화사의 범위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니다
; 개체에 대한 이론을 다룰 때 우리가 개체로 이해하던 것들 – 일상적 의미에서 경험을 통해 만나게 되는 대상들 – 에 한정해서 생각해 보자
; 그런 대상에 대해 그런 개체가 전속함으로써/내속함으로써 지속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 전속이론가가 개체의 지속과 관련해서 그것이 전속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어떤 존재자에 대해서는 내속하면서 지속하는 존재자가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것에는 중립적일 수 있다
; 보편자가 지속한다는 것이 유의미하게 말해질 수 있다면, 전속이론가가 개체의 지속은 전속함으로 이해하면서도 보편자에 대해서는 보편자가 내속함으로써 지속한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 역으로 내속이론가가 일상적 개체의 지속은 내속함으로 이해하면서도, 어떤 종류의 존재자에 대해서 그 존재자는 전속함으로써 지속한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 가령 ‘소크라테스가 지속한다’와 ‘소크라테스의 삶이 지속한다’는 구별될 수 있을 것 같다
; 그 삶을 사는 개체는 내속함으로써, 여러 시점에 그 자체로 존재하는 개체로서 지속하지만 그 개체의 삶은 전속함으로써 지속한다고 할 수 있다
; 또한 음악회 등도 각 악장들 같은 이벤트들의 연속처럼 보이고 전속함으로써 지속한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 전속이론가나 내속이론가가 모든 종류의 존재자의 지속을 전속/내속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개체이론을 살펴보았을 때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개체에 한정해서 그 개체의 지속과 관련해서 전속이론가는 전속한다고, 내속이론가는 내속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자

통시간적 동일성과 시점에서의 존재
; 통시간적 동일성과 시점에서의 존재는 전속이론과 내속이론에서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는가?
; 철수가 t1부터 t2까지 지속했을 때 t1에서의 철수와 t2에서의 철수가 동일한 개체라는 주장에 대해,
; 내속이론은 동의한다
; 전속이론은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는 유혹이 있지만, 루이스와 같은 전속이론가는 동의한다
; t1에서의 철수가 그 시간 부분을(시간 단면을) 지시한다면 t1에서의 철수와 t2에서의 철수는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지속을 고려하는 맥락에서 t1에서의 철수가 지시하는 바는 지속체, 시간 부분들을 가지고 있는 지속체이다
; t1에서의 철수는 t1에서의 철수를 시간 부분으로 가지는 지속체로서의 철수를 가리킨다면, t1에서의 철수와 t2에서의 철수는 동일한 대상이 된다
; 한편 우리가 t1에서의 철수가 지시하는 바는 지속체가 아니라 시간 부분이라고 여전히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stage view),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을 것이다
; 이처럼 t1에서의 철수와 t2에서의 철수가 동일한 개체라는 주장에 전속이론가와 내속이론가는 모두 동의할 수 있다

; 그런데 전속이론에 따랐을 때 t1에서의 철수가 모든 맥락에서 항상 어떤 지속체를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 어떤 맥락에서는 시간 한정사를 붙인 이름(t1에서의 철수)을 사용했을 때 지속체가 아니라 시간 부분을 지시할 수도 있다
; 가령 ‘어릴 적 철수는 허약했는데 오늘날 철수는 튼튼하다’에서 ‘어릴 적 철수’는 지속체가 아니라 어릴 적 허약한 철수의 시간 부분을 지시할 것이다
; 이처럼 맥락에 따라 표현이 지시하는 바가 달라지는 것이 ad hoc한 것은 아니다
; 우리가 보편양화사 ‘모든’을 쓸 때 양화사의 범위에 들어가는 대상들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 가령 ‘우리는 어제 모든 맥주를 다 마셔 버렸다’에서 ‘모든 맥주’가 지시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맥주가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던 맥주다
; 발화 맥락에서 범위를 한정하고 한정된 범위 안에서의 논의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 이처럼 루이스는 우리가 어떤 개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간에 대한 양화를 포함하고 있고, 그 양화사의 범위는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전속이론은 우리의 일상적 언어 사용이 가지는 맥락 상대적인 측면으로부터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속이론과 내속이론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가?
; 다음과 같은 두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1) t1에서 철수의 존재함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 전속이론과 내속이론은 t1에서 철수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다르게 이해한다
; 전속이론에서는 철수가 t1의 시간 부분을 가진다는 사실이 근본적으로 성립하고, 그 사실 덕분에, 그것을 시간부분으로 가짐으로써 파생적으로 t1에 철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 전속이론의 존재론에서 근본적인 존재자는 각 시간에서의 철수들이며, 철수는 각 시간부분에서의 철수들의 mereological sum이다(철수는 부분으로 구성된 전체이다)
; 철수는 t1에서 존재하는 시간부분과 부분-전체 관계를 맺음으로써 t1에 존재한다
; 반면 내속이론에서는 철수가 t1에 존재하는 것은 근본적인 사실이다
; 철수가 t1에 존재하는 다른 어떤 대상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2) 지속체에 대해 통시간적 동일성이 성립하는가?
; 어떤 대상 x에 대해 통시간적 동일성이 성립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여러 시점에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 내속이론에서는 통시간적 동일성이 성립한다
; 전속이론에서는 통시간적 동일성을 만족하는 그런 개체는 없다, 어떤 개체도 통시간적 동일성을 가지지 않는다
; 시간 부분들은 한 시점에 존재하며 여러 시점에 존재하지는 않는다
; 시간 부분들의 합으로서의 지속체는 여러 시점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여러 시점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지속체는 시간 부분들을 가짐으로써 여러 시점에 존재한다

시간부분존재론
; 전속이론에서는 개체가 여러 시간 부분을 가짐으로써 지속한다고 말하고, 내속이론에서는 그것을 부정한다
; ‘전속이론에 의하면 개체는 공간 부분뿐 아니라 시간 부분을 가진다, 내속이론에 의하면 개체는 공간 부분을 가지지만 시간 부분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와 같은 설명이 제시되곤 한다
; 이처럼 개체가 가지는 시간 부분이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전속이론과 내속이론을 구분지으려 한다
; 그러나 내속이론을 받아들이면서 개체가 시간 부분을 가진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 개체는 시간 부분을 가지지만 개체가 시간 부분을 가짐으로써, 그 사실 때문에 개체가 지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 개체가 시간 부분을 가진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영원론 하에서의 영원론적 내속이론이지만, 시간 부분들을 통해 개체의 지속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단순히 개체가 시간 부분을 가지냐 가지지 않느냐를 기준으로 전속이론과 내속이론을 구분지어서는 안 된다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
; 어떤 사람들은 지속과 관련된 이론을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로 구분하기도 한다
; 전속이론을 4차원주의로, 내속이론을 3차원주의로 분류한다
; 이런 분류에는 시간 부분을 가짐으로써 시간 차원에서 연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내속이론을,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전속이론을 이해해서 개체가 3차원 안에서 연장되어 있는 것인지 4차원 시간축까지 연장된 것인지에 따라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구분하는 아이디어가 있는 것 같다
; 그런데 앞서 개체가 시간 부분을 가진다는 것 자체만으로 내속이론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 차원에서 연장된 대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내속이론을 취할 가능성이 남아 있으므로 지속과 관련해서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사용하지 말자(그 동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 차원주의와 4차원주의의 구분은 앞선 논의로만 이해하고, 지속에 대한 견해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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