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 다발이론 반대 논증 2

본 [형이상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1년 1학기 서울대학교 ‘형이상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핸드아웃을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두 번째 다발이론 반대 논증

막스 블랙의 다발이론 반대
; 다발이론은 구동원리를 함축하는데, 우리의 개체 개념을 생각해 보면 구동원리의 반례가 존재하는 것 같다
; 그렇다면 결국 개체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통해 환원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어떤 근본적인 존재자라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발이론의 구동원리 함축
; 라이프니츠의 법칙 – 모든 속성에 있어 차이가 없다는 것과 x와 y가 같은 개체라는 것이 동치이다
; 이 사실은 현실적으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개체의 본성과 관련된 주장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성립하는 사실이다
; 라이프니츠의 법칙은 동구원리와 구동원리의 연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 x와 y가 동일할 경우 x와 y는 모든 속성 F를 공유한다(동구원리, 동일한 개체라면 구별되지 않는다)
; 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면 두 개체는 같은 개체이다(구동원리, 구별되지 않는다면 동일한 개체다)
; 동구원리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사소하게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인다), 구동원리는 보다 논쟁적이다
; 그래서 몇몇은 구동원리만을 라이프니츠의 법칙과 동치시켜 이해하기도 한다

다발이론이 참이라면 구동원리가 참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마이클 럭스 – Bundle Theory와, 거부할 수 없는 원리인 PCI를 받아들이면 구동원리가 따라나온다
; BT – 다발이론에 따르면 필연적으로 개체는 속성들을 그리고 속성들만을 성분으로 가지는 복합체다
; PCI – 필연적으로, 복합체의 동일성 조건은 그것의 성분에 의해 결정된다: 임의의 복합체 x, y에 대해, x=y iff x와 y는 모든 성분을 공유
; 어떤 복합체에 대해 두 복합체가 동일할 조건은 그것들이 모든 성분을 공유하는 것이다
; PCI는 일반적인 복합체에 대한 우리의 개념에 입각하여, 개체뿐 아니라 임의의 복합체에 대해 성립한다
; BT와 PCI는 구동원리를 함축한다
; 다발이론을 받아들인다면 BT는 참이고, PCI는 개념적으로 참이기 때문에, 다발이론을 받아들인다면 구동원리가 함축된다


*용어
; 부분들과 전체 사이의 관계를 구성관계라고, 부분들이 전체를 구성할 때(compose) 구성된 전체를 구성체(composite)라고 하자
; 성분들(constituents)이 집합적으로 이루는(constitute) 전체를 복합체(complex)라고 하자
; 성분들이 부분일 수도 있지만 개념적으로는 다르다

*필연적이다; ㅁ(P->Q)와 P->ㅁQ는 동치가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철학자라면 소크라테스가 철학자이다, 전자는 참 후자는 거짓)
; ㅁ(P->Q)는 각각의 모든 세계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조건문이 필연적이다), P->ㅁQ는 현실세계에서 P가 성립한다면 다른 모든 가능세계에서 Q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여러 가능세계들을 비교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 전자에서는 이 세계의 소크라테스가 다른 세계에서 어떠한지 볼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각 세계만 보면 된다
; 이처럼 필연적임은 가능세계를 통해 분석된다
; ~임이 필연적이다 = ~가 모든 가능세계에서 성립한다
; x와 y가 속성에 있어 구별되지 않는다면 x와 y가 동일한 것은 필연적이다 (구동원리)

*어떤 속성에 대해서도 = 모든 속성에 대해 ≠ 어떤 속성에 대해


복합체 일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PCI도 논쟁적일 수 있다
; 암스트롱은 사태의 존재론을 받아들인다
; ‘철수는 영희를 사랑한다’라는 문장이 참이라면, 철수가 있고, 영희가 있고, 사랑한다는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철수가 영희를 사랑한다는 사태도 있다(그 문장을 참으로 만드는 것으로서의 사태)
; ‘철수의 영희를 사랑함’은 일종의 복합체다, 이것은 철수, 영희, 그리고 사랑함이라는 관계를 constituent로 가지고 있다
; ‘영희의 철수를 사랑함’은 분명 서로 다른 사태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또한 constituent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 둘을 구별해 주는 또 다른 constituent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사태는 constituent에 있어서 차이는 없지만 그럼에도 서로 원초적으로 구별될 수 있는 종류의 존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 암스트롱은 후자와 같이 사태는 그것의 constituent를 통해 환원적으로 이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암스트롱과 같이 생각한다면 그것은 PCI의 반례가 된다
; ‘철수의 영희를 사랑함’과 ‘영희의 철수를 사랑함’은 모든 constituent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지만 서로 다른 사태, 서로 다른 복합체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 맥락에서 PCI에 제기되는 문제가 큰 함의를 가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 막스 블랙이 다발이론의 반대를 제기하는 데에 있어 꼭 PCI와 같이 강한 주장에 의존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 복합체 일반에 대해 주장할 필요 없이, 최소한 다발이론이 이해하는 것으로서의 개체에 대해 주장하는 것만으로도(개체에 해당하는 복합체의 동일성 조건) 논증을 성립시킬 수 있다
; (PCI) 필연적으로, 개체복합체의 동일성 조건은 그것의 구성성분에 의해 결정된다: 임의의 개체복합체 x, y 대해, x=y iff x y 모든 구성성분을 공유한다 ; 다발이론가는 PCI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 그렇다면 이때 여전히 구동원리가 따라나온다, 다발이론은 구동원리를 함축한다


그런데 이때 구동원리는 양상진술이다, 어떤 필연성을 주장하고 있다
; 즉 모든 가능세계에서, 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면 같은 개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블랙이 구동원리가 틀렸음을 보이기 위해 필요한 전부는 최소한 어떤 가능세계에서 속성에 있어서 차이는 없지만 서로 다른 개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구동원리에 대한 반례가 된다
; 구동원리에 따르면 속성에 있어 차이가 없다면 같은 개체라는 것은 개념적으로 참이므로 모든 가능세계에서 성립한다
; 그러나 블랙이 볼 때 우리의 개체 개념을 생각해 보면 서로 다른 두 개체임에도 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없는 그러한 가능한 상황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오직 두 개의 구만을 포함하고 있는 가능세계를 떠올려 보자
; 두 구는 서로 정확히 동일한 종류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면에 있어서 같다, 내재적으로 봤을 때 아무런 차이가 없다
; 두 구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한 공을 철수라 부르고 다른 공을 영수라 불러보자
; 철수와 영수는 모든 속성을 공유한다, 하지만 철수와 영수는 서로 다른 두 공이다
; 이 가능한 상황은 모든 속성을 공유하지만 서로 동일하지 않은 개체를 상상한 것이다
; 이것은 구동원리에 대한 반례가 된다

이 반례는 정말 반례로서 설득력이 있는가? 다발이론가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 사실 이때 두 구는 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볼 수 있겠다(즉, 이 상상은 블랙이 의도한 상상이 아니다)
; 철수는 철수와 동일하므로, 철수와 동일함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 반면 영수는 철수와 동일하지 않으므로, 철수와 동일함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 이것이 속성에서의 차이 아닌가? 영수와 철수는 사실 속성에서의 차이가 있으므로 이 사례는 반례가 되지 않는 것 아닌가?

이때 다발이론가들은 ‘철수와 동일함’이라는 속성과 ‘영수와 동일함’이라는 속성이 서로 다른 속성이라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 그런데 철수와 영수가 동일하다면 두 속성은 서로 같은 속성이 된다
; 다발이론가들의 주장에는 철수와 영수가 동일하지 않다는 전제가 있다
; 다발이론가들이 철수와 영수가 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할 때 그 속성의 차이가 철수와 영수 사이의 비동일성에 근거하는 차이여서는 안 된다
; 그것과 독립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다른 속성에서의 차이를 바탕으로 철수와 영수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속성을 두 종류로 구별해 보자: 순수속성/질적속성, 불순속성/비질적속성
; 불순속성이란 궁극적으로 그 속성의 존재가 다른 속성을 통해 환원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어떤 개체를 전제함으로써만 이해될 수 있는, 그런 속성이다(근본적인 것으로서의 개체를 전제하는 속성)
; 철수는 다른 속성들을 통해 환원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발이론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철수와 동일함’이라는 속성은 불순속성이다
; 반면 다발이론 입장에서는 ‘철수와 동일함’이라는 속성은 다른 순수한 속성들을 통해 철수가 분석되고 나면 결국 순수속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 ‘빨강임’은 순수속성이다, 특정한 개체를 전제하지 않는다
; ‘둥긂’도 순수속성이다
; ‘동생을 가짐’은 순수속성이다
; 관계적 속성이기는 하지만(관계항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여서 불순속성으로 이해되기 쉽지만) 그 동생이 어떤 특정한 개체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개체를 전제하지 않는다 cf. ‘소크라테스를 동생으로 가짐’은 불순속성이다
; 다발이론이 참이라면 불순속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 다발이론가들이 구동원리에서 ‘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면 동일한 개체다’라고 말할 때 속성에는 불순속성이 포함되지 않는다
; 즉 임의의 개체 x, y에 대해 x, y가 순수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면 x, y가 동일한 개체임을 말하고 있다

블랙의 반례는 철수와 영수는 순수속성에 의해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서로 다른 두 개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 철수와 영수는 일항 순수속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 철수와 영수는 관계적 순수속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가?
; ‘철수와 10m 떨어져 있음’은 순수속성이 아니므로, 다발이론가들은 이것이 영수만이 가지고 있는 속성임을 들어 영수와 철수가 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 없다
; ‘지름이 1m이고 빨갛고 구 모양을 한 대상과 10m 떨어져 있음’은 영수가 가지고 있는 순수속성이지만, 이 순수속성은 철수도 가지고 있게 된다
; 관계적 속성에 호소한다 한들 순수속성에 있어서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그 상황에 들어가서 철수를 건드린다면?
; 철수는 ‘나에 의해서 만져짐’이라는 속성을 가지지만, 영수는 그 속성을 가지지 않는 것 아닌가?
; 원래 우리가 고려했던 상황은 우리가 들어간 상황이 아니다, 철수와 영수 두 개체만이 있는 가능세계이다

그렇다면 그 세계 바깥에서 내가 그 세계를 관찰함으로써 영수나 철수에게 새로운 속성이 부여되지는 않을까?
; ‘나에 의해 왼쪽에 있는 것으로 관찰됨’이라는 속성은 사실 철수가 가지고 있지 않은 속성이다
; 철수와 영수의 가능세계에는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 우리는 정말 철수와 영수만이 존재하는 가능세계에서 순수속성에 있어 차이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영수와 철수는 서로 다른 물리적 개체이므로 서로 다른 공간적 위치에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P1을 점유함’이라는 속성은 철수만 가지고 있을 수 있다
; 이러한 답변이 성립하려면 P1과 P2가 동일하지 않아야 한다
; 그런데 공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 공간은 개체의 관계를 통해 파생적으로 이해되는 것이다(공간에 대한 관계적 이해, 관계주의, 개체를 다 빼면 공간적 차이는 없다)
; 관계주의를 취한다면 철수와 영수가 서로 다른 개체이기 때문에 그것이 점하고 있는 공간 P1과 P2가 서로 다른 공간이 된다
; 또 다시 철수와 영수의 비동일성에 근거하게 된다
; 한편 공간을 공간을 점유하는 개체들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실체처럼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공간에 대한 실체주의)
; 이때 P1과 P2의 동일성 여부는 그것을 점하고 있는 개체가 무엇인가와 상관없이 정해져 있는 것이 된다
; 그런데 P1과 P2가 어떤 점에서 다른가?
; P1과 P2는 순수속성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 P1과 P2의 차이는 순수속성에서의 차이로 놓을 수 없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개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로 상정할 경우에만 이 답변이 적용될 수 있다
; P1, P2와 같은 공간적 위치를 원초적인 개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상정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면, 어째서 개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는지 묻게 되며, 다발이론의 정신을 해치게 되는 것 같다

블랙의 반례는 생각보다 강력한 반례로 간주될 수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다발이론의 문제점들은 기체이론을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 공이가 빨갛고 둥근 것은 기체이론에 따라 우연적인 속성이 될 수 있다
; 빨강이라는 속성의 소유자는 그 자체로 빨갛지 않고 우연적으로 빨강 속성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cf. 다발이론에 따르면 빨강 속성이 그 개체를 constitute하고 있다, 그 개체의 성분이 된다
; 기체이론에 따르면 개체성의 원천이 되는 것으로서 민개별자가 있고, 그 민개별자를 빨강이라는 속성이 constitute하는 것은 아니다
; 빨강이라는 속성과 별개로 있으면서 우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 빨강 속성이 우연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블랙의 사례와 관련해서 기체이론가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 모든 속성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되는, 두 개체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 기체이론에 따르면 철수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이 있고 그것의 밑바탕에 철수의 민개별자가 있다
; 영수의 경우에는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의 밑바탕에 영수의 민개별자가 있다
; 민개별자의 차이에 의해 두 개체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처럼 다발이론에 대한 반대 논거를 기체이론에 대한 증거로 삼을 수 있다
; 그런데 이때 다발이론의 반대들이 성립한다고 해서 그것이 기체이론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 다발이론의 반대들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꼭 기체이론을 수용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 가령 블랙의 사례에서 개체들간의 차이는 속성들간의 차이를 통해 근거 지어지지 않는다, 속성들을 통해 환원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어떤 개체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것이 요구된다
; 기체이론은 그것을 담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민개별자라고 한다
; 그러나 우리는 근본적 개체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민개별자를 통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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