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형이상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1년 1학기 서울대학교 ‘형이상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핸드아웃을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그러나 기체이론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기체이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민개별자는 정합적인 개념인가?
; 민개별자는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 어떠한 속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 그런데 기체이론에서 빨강이라는 속성의 실소유자는 민개별자라고 말한다
; 민개별자는 속성을 가지지 않으면서 또한 속성을 가진다고 말하는 것인가? 모순인가?
‘민개별자가 아무런 속성도 가지지 않는다(1)’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 우리가 어떤 개체를 마주할 때 결부되는 개별자는 두 종류의 개별자이다
; 빨강, 둥긂이라는 속성이 있을 때 이런 속성들의 다발이 하나의 개체인 것이 아니고, 이것들의 실소유자로서 밑바탕에 개체성의 원천인 민개별자가 있다(얇은 개별자)
; 또한 민개별자와 속성들을 합쳐서 그것을 또 하나의 개별자로 이해할 수 있다(두터운 개별자)
; 두터운 개별자는 빨강이라는 속성, 둥긂이라는 속성, 민개별자를 constituent로 가진다
; 따라서 두터운 개별자로서의 그 개체는 빨강이나 둥긂이라는 속성을 본질적인 속성으로 가진다
; 그러나 민개별자는 빨강이나 둥긂이라는 속성으로 constitute된 것은 아니다
; 민개별자가 빨강이라는 속성을 갖는다고 말할 때의 ‘가짐’의 의미와, 두터운 개별자가 빨강이라는 속성을 갖는다고 말할 때의 ‘가짐’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
; 후자는 빨강이라는 속성이 두터운 개별자를 constitute하는 것이며 빨강이 그 두터운 개별자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 된다
; 반면 민개별자의 경우에는 빨강이 민개별자의 constituent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빨강이 민개별자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도 아니다, 빨강은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다
; 기체이론가들이 민개별자는 아무런 속성도 가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때에는, 두터운 개별자가 속성을 갖는다고 말할 때의 그 의미에서 속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두터운 개별자는 속성을 가진다면 모두 본질적으로 가지는 반면 민개별자는 아무런 속성도 본질적 속성으로 가지고 있지 않다
; 따라서 (1)은 ‘민개별자는 아무런 속성도 성분으로 가지지 않고 또한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다(1*)’과 같이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민개별자는 속성들의 실소유자다’와 ‘민개별자는 개체의 수적 차이의 원천이다’는 참이다
; 민개별자는 속성들의 실소유자임이라는 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으며, 개체들의 수적 차이의 원천임이라는 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 민개별자는 속성들의 실소유자임이라는 속성을 본질적으로 가지는가 우연적으로 가지는가?
; 민개별자는 이런 속성들을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앞서 우리는 민개별자는 아무런 속성도 본질적으로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또한 우리는 민개별자만이 가지는 것 같은 이러한 속성 이외에도 민개별자가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것 같은, 자기동일적임과 같은 속성을 생각할 수 있다
; 기체이론가들은 이런 속성들 역시 본질적 속성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이런 속성들은 민개별자도 예외적으로 본질적 속성으로 가진다고 주장할 수 있다
; 후자의 대응은 문제가 있다
기체이론에 있어 민개별자와 관련된 인식론적 우려인, 더 깊은 우려가 존재한다
; 다발이론의 근본적 이론적 동기는 우리가 속성을 통해 개체를 아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 그런데 민개별자는 속성과 모종의 방식으로 우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는 하지만 속성들과 독립적인 어떤 것이다
; 민개별자는 물리적인 대상이 아니며 그 자체로 색이나 모양도 가지고 있지 않다
; 다발이론가들이 볼 때 민개별자는 신비스러운 어떤 것처럼, 일종의 유령과 같은 존재자로 보인다
; 민개별자는 그 자체로 무엇인가?
; 민개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기체이론가들는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혹은 경험을 통해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알 수 있다고 대응할 수 있다
; 먼저 민개별자의 존재를 경험을 통해서 안다고 말할 여지는 없는 것 같다
; 그렇다면 기체이론가들이 민개별자의 존재를 정당화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 어떤 현상이 주어질 때 그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이 민개별자를 상정하는 것임을, 민개별자를 상정하는 것이 최선의 이론임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 실제로 전자나 쿼크와 같이 직접적인 경험의 대상이 되지 않음에도 그것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이 문제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다
; 민개별자를 상정하는 것이 최선의 이론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다른 가능한 설명보다 나음을 밝혀야 한다
; 기체이론이 독립적인 인식적 근거를 가진다고 하기에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민개별자가 존재함을 상정하는 것에는 여전히 신비스러움이 남아 있는 것 같다
; 민개별자는 그 자체로 알 수 없는 어떤 것(by 로크)이 된다
; 기체이론은 우리가 개체를 이해하는 방식과 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