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형이상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1년 1학기 서울대학교 ‘형이상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핸드아웃을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존재는 형이상학에서 가장 오래된 논의 주제이다
분석철학의 초창기(20세기 초반), 분석적 전통에서 존재론적 탐구가 진행될 때 ‘존재’에 대한 논의는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초창기 분석철학자들이 존재를 다루는 방식은 분석적 전통에서의 형이상학적 방법론을 이해하는 데에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존재한다(is)’라는 언어표현, 술어를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존재에 대한 탐구를 진행해 보자
존재를 표현한다고 간주되는 영어표현 ‘exist’, ‘is’
; 표현 ‘is’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 사용이 다양하다
; 가령 네 문장 ‘Socrates is wise(1)’, ‘Cicero is Tully(2)’, ‘Socrates is a man(3)’, ‘Socrates is(4)’에서 is가 수행하는 기능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 차례로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음, 2는 동일성 관계임, 3은 어떤 종류의 한 사례임, 4는 존재함을 표현하고 있다
; 우리는 영어표현 ‘is’가 존재를 표현한다고 간주할 때 4와 같은 is를 뜻한다
존재를 의미한다고 간주되는 한국어 표현 ‘존재한다’, ‘있다’
; 두 서로 다른 술어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 두 술어는 많은 상황에서 상호대치가능하게 쓰인다
; ‘있다’가 표현하는 것을 ‘있음’이라고, ‘존재하다’가 표현하는 것을 ‘존재함’이라고 해 보자
; ‘있음’과 ‘존재함’은 같은가, 다른가? 다르다면 그 차이는 무엇인가?
; 일단 ‘있음’과 ‘존재함’이 같다고 가정하고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
; 이때 ‘있음’과 ‘존재함’을 구별함에 있어 부차적으로 표현과 결부되어 있는 의미보다는 그 표현의 의미론적 값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의미에 주목한다
‘존재한다’라는 술어가 문법적 관점에서 (‘지혜롭다’ 등과 같은) 다른 술어들과 동일한 의미론적 기능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 앞선 네 문장에서 술어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속성을 주체에 귀속시키고 있다고 이해된다
; 즉 각 술어는 각 주어에 ‘현명하다’라는 속성, ‘툴리와 동일하다’는 속성, ‘사람임’이라는 속성, ‘있음’이라는 속성을 귀속시킨다
그런데 이때 ‘있다’ 혹은 ‘존재한다’라는 술어가 수행하는 의미론적 기능과, 다른 술어가 수행하는 의미론적 기능은 서로 다른 것 같다
; 긍정문을 살펴봤을 때는 모두 어떤 속성을 귀속시키는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해당 문장들의 부정에서 술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 문장 1, 2, 3의 부정문의 술어는 해당 주체가 해당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뜻하게 된다
; 문장 4의 부정문의 술어 역시 해당 주체가 ‘있음’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뜻하게 되는가?
; ‘있음’이라는 술어가 다른 술어들과 정확히 동일한 의미론적 기능을 한다면 그것을 뜻해야 하지만, 이때 일종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일종의 역설?
; 우리는 어떤 것의 존재를 부정하려면 부정하고자 하는 그 대상을 언급하거나 지시해야 한다
; 그런데 그 대상을 언급하거나 지시하는 것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 같다
; 따라서 있음을 가정한 대상이, ‘있음’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는 부분에서 역설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논증으로 재구성해 보자
비존재의 역설
P1. S는 a에 관한 것이다.
P2. 만약 S가 a에 관한 것이면, a가 있다.
P3. 만약 a가 있다면, S는 참이 아니다.
C. 따라서 S는 참이 아니다.
; 이때 S는 임의의 단칭 부정 존재 진술이다. 즉, S=’a는 존재하지 않는다’
; ‘a’는 S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말해지는 대상을 언급하는 것으로 의도된 지시적 표현이다
; 이 논증이 건전하다면 모든 단칭 부정 존재 진술은 거짓이 된다
; 그러나 우리는 임의의 단칭 부정 존재 진술 중 분명히 참인 것 같은 진술을 생각할 수 있다
; 가령 ‘홍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은 단칭 부정 존재 진술은 참인 것 같다
; 이 논증은 형식적으로 타당한 논증이다. 즉 결론이 거짓이라면 전제들 중 하나 이상이 거짓이어야 한다
; 그렇다면, 전제들 중 무엇이 거짓인가?
비존재의 역설에 대한 러셀의 견해를 살펴본 후, 존재론에 대한 러셀의 통찰에서 시작된 크립키와 콰인의 견해, 러셀과는 다른 방향에서 비존재의 역설에 접근한 마이농의 견해를 이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혹시 형이상학 교재로 사용한 텍스트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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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 교재는 마이클 루의 ‘형이상학 강의’였고 그 외에 주제별 각 학자들의 논문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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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드립니다! 루의 ‘형이상학 강의’를 읽어 보았었는데, 오래되어서 기억에 남아 있지 않나 봅니다. 혹시 외람되지 않는다면, 블로그에 작성되어 있는 ‘심리철학’과 ‘언어철학’ 교재도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영미철학 전통에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약해, 마땅한 책을 찾지 못하여 이렇게라도 문의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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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심리철학은 김재권의 ‘심리철학’을 주교재로 하였고, 언어철학은 전체 강의의 흐름을 따라가는 교재 없이 각 학자들의 논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특히 크립키의 논의는 중요하게 여겨져 크립키의 ‘이름과 필연’, ‘비트겐슈타인 규칙과 사적언어’ 두 권이 필수 교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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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답변 감사드리고, 블로그에 정리된 텍스트들 모두 소중히 읽겠습니다! 좋은 철학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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