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언어철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0년 1학기 서울대학교 ‘언어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핸드아웃을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그라이스의 의도 기반 의미이론
; 그라이스는 언어 표현 중에서도 문장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그 자체로는 단순한 소음이나 분필자국에 불과한 문장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언어적 의사소통 과정에서 그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문장을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행위(action)이다. 행위는 합리적 행동, 의도에 근거한 행동이다. cf. 눈을 깜빡이는 행동과 같이 의도에 근거해 있지 않다면 행위는 아니다.
; 그러므로 문장의 사용 행위는 화자의 어떤 의도에 근거해 있지만, 문장을 사용할 때 화자가 가지는 모든 의도들이 문장의 의미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오직 우리가 ‘의사소통 의도(communicative intention)’라고 부르는 특정 종류의 의도만이 문장의 의미와 연관되어 있다.
화자의미와 문장의미
; 화자의미(speaker meaning)는 화자가 어떤 특정 상황에서 어떤 문장을 발화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이며, 문장의미(sentence meaning)는 문장이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이다.
; 그라이스는 문장의미를 화자의미로, 화자의미를 의사소통 의도와 화자의 믿음으로 분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장의미 개념을 의도와 믿음 개념으로 환원시켜서 분석하고자 했다.
자연적 의미와 비자연적 의미
; 관습이나 규약에 근거한 것이 아닌 자연법칙에 근거한 의미라면 자연적 의미이다. 반면 간단히 규약적 의미를 비자연적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라이스는 관습과 규약에 의해 성립하는 문장의 의미인 비자연적 의미만을 분석한다.
서술문의 화자의미에 대한 그라이스의 분석
; A가 서술문 x의 발화로 p를 의미했다 = A는 x의 발화를 통해 (1) 청자에게 p라는 믿음을 유발시키고자 의도했고, (2) (1)의 의도를 청자가 파악하기를 의도했으며, (3) 청자가 (1)의 의도를 파악함으로 인해 믿음 p를 가지게 되기를 의도했다.
의도 (2)의 필요성
; 언어의 공공성에 따라 문장 사용의 근거가 되는 의사소통 의도는 공적으로 드러난 의도여야 한다. 따라서 화자가 어떤 특정 믿음을 유발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져야 할 뿐 아니라 그러한 자신의 의도를 청자 또한 파악하기를 의도해야만 한다.
‘; 가령, A가 B의 손수건을 살해 현장에 남겨놓음으로써 탐정에게 “B가 범인이다”라는 것을 의미했다고 볼 수 없다. A는 탐정에게 “B가 범인이다”라는 믿음을 유발시키고자 의도하였으나, A는 탐정이 그러한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기를 의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의도 (3)의 필요성
; 화자는 청자가 다른 것이 아닌 화자의 의도 (1)에 근거하여 믿음 p를 가지게 되기를 의도해야 한다. 청자가 화자의 의도 (1)을 파악하는 것과 상관없이 화자의 발화 x로부터 믿음 p를 가질 수 있다면, 화자의미를 분석하는 데에 화자의 의도 (1)에 호소할 필요가 없게 된다.
; 그라이스는 어떤 정보를 가진 사진을 보여주는 것과 어떤 정보를 가진 그림을 보여주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령, ‘A씨가 B씨의 부인에게 과도한 친근감을 보이는 사진’과 ‘A씨가 B씨의 부인에게 과도한 친근감을 보이는 그림’은 차이를 지닌다. 화자 C가 청자 B씨에게 그러한 ‘사진’을 보여준다면, C가 “A씨가 B씨의 부인에게 과도한 친근감을 보인다”라는 믿음을 B씨에게 유발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B씨는 그 ‘사진’에 의해서 그러한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반면 그림의 경우에는 그 그림을 보고 B씨가 어떤 믿음을 가지느냐가 그림을 보여준 C의 의도가 무엇인지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 이는 사진이 어떤 정보를 의미하는 것이 자연적 의미에 가까워, 화자의미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자가 문장의 발화를 통해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의사소통이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도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문장의 화자의미를 분석한 그라이스는 이어서 문장 S의 문장의미를 S를 사용하는 언어 사용자들 대부분이 대부분의 맥락에서 청자에게 불러일으키고자 의도하는 믿음 p로 분석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많은 문장들의 문장의미를 은유적인 의미로 만든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문장의미를 해당 문장이 어떤 언어사용 규약이나 관습에 의해 가지고 있는 의미로 분석하는데, 이때 언어의미를 결정해 주는 규약을 가능하게 해 주는 그 표현 언어의 존재에 대해 문제가 발생한다.
그라이스의 의미분석에 대한 비판
(1) 그라이스의 의미이론에서 합성성의 원리는 어떻게 이론적으로 해명되는가?
; 가령, 문장 ‘Dante loves Beatrice’와 문장 ‘Beatrice loves Dante’를 비교했을 때 단어의 의미만으로 문장의 의미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그라이스는 문장을 이루는 단순표현들의 의미를 분석해야 하며, 단순표현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의해 문장의 의미가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 사실 본격적인 의미이론은 의미의 생산성과 체계성을 가능하게끔 해 주는 합성성의 원리를 이론적으로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문장의 의미에 대해서만 이론을 제시한 그라이스의 의미이론은 본격적인 의미이론은 아니다.
(2) 사고가 언어에 우선하는가? (데이빗슨)
; 의도와 믿음 등 심리상태가 어떻게 세계에 대한 내용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심리상태의 내용에 대한 설명)은 언어가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언어표현의 의미에 대한 설명)과 동시에 이루어져 한다. 언어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심리상태를 가질 수 있는 능력과 아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 이 문제와 관련해 동물이나 영유아의 심리상태 등이 쟁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