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철학] 심성인과: 데이빗슨의 무법칙적 일원론

본 [심리철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0년 2학기 서울대학교 ‘심리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수업 자료를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심성인과
; 심적 사건은 물리적 사건이나 다른 심적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 인과관계 안에 들어온다
; 많은 철학자들이 받아들이는 상식과 같은 직관적 가정 (심성인과의 중요성)
; 심물 인과는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물심 인과는 지각을 설명하기 위해, 심심 인과는 추론을 설명하기 위해

그럼에도 심적 사건들의 인과력을 부정하는 입장, 부수현상론이 존재
; 부수현상론을 적극적으로 자처하여 주장하는 경우보다는, 심성 인과의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과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 상식적 가정과 같은 심성 인과가 우리의 또 다른 직관적 가정과 충돌할 때 심성 인과의 문제가 발생(현대철학에서 심성인과의 문제)
; 앞서 살펴봤던 한 가지 가정, “물리계의 인과적 폐쇄성”

현대 심리철학에서 데이빗슨은 심성인과 문제를 제기한다
; 현대 심리철학에서 심성인과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신 현상의 무법칙론’
; 심적 현상과 물리적 현상을 연결하는 법칙이 없다
; 동시에 데이빗슨은 인과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특정한 입장을 가정하고 있다, ‘인과에 대한 법칙적 개념’
; 인과적으로 연결된 사건들은 법칙에 포섭되어야 한다, 법칙의 예화여야 한다, 이때 법칙은 유형 대 유형의 관계
; 이러한 두 가정을 받아들이면 심적 사건은 물리적 사건과 인과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우리의 상식적 가정에 문제가 발생한다
; 인과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사건을 포섭해야 하는 법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심물법칙은 없다. 그럼 어떻게 심물 인과가 가능한가?
; 세 가정을 동시에 참으로 받아들일 때 생기는 충돌을 해결하고자 한다

데이빗슨의 행위론
; 심적 사건이 물리적 사건의 원인이 된다는 가정의 대표적인 예시가 행위, 심물인과는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정
; 행위는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이 아닌 심적 상태가 물리적 사건에 영향을 미친 것이기 때문
; 데이빗슨은 이러한 설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 데이빗슨에게 심물인과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하나의 입장이다

; 우리는 보통 인간 행위를 설명할 때 행위자의 “이유”에 호소, 이러한 설명을 “합리적 설명”이라 부른다
; 이때 이유는 원인과 혼동되는 개념이다
; 이유는 행위를 합리화, 정당화하지만, 원인은 합리화, 정당화의 기능을 하지 않는다
; 두 개념은 구분되어야 한다
; 인간의 행위는 보통 이유에 의해 설명되며, 행위가 아닌 자연현상은 보통 원인에 의해 설명된다(선행사건인 원인 혹은 법칙에 호소하여 사건의 발생을 설명한다)
; 따라서 이때 원인에 의한 설명은 “합리적 설명”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 이처럼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는 방식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방식과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인간 행위에 대한 설명은 원인에 의한 설명이 아닌 이유에 의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 반대로 헴펠 등은 인간 행위도 자연 현상의 일부이기 때문에, 인간 행위도 같은 방식으로 원인/법칙에 호소함으로써 법칙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데이빗슨은 두 대립적 입장의 조화를 시도한다
; 한편으로 합리적 설명 역시 인과적 설명이라고 주장한다
; 행위에 대한 이유라 해서 원인이 아니지 않다고, 행위의 이유는 곧 행위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 그러나 동시에 행위의 이유가 행위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 이유와 행위를 이어주는 심리적 법칙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cf. 헴펠은 법칙적, 기계적 설명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간의 행위에는 법칙적 설명이 주어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행위에 대한 이유는 원인이 된다

합리적 설명 역시 인과적 설명인 이유(이유가 원인인 이유)에 대한 데이빗슨의 논증
; 어떤 사람은 행위에 대한 이유를 가진다
; 같은 행위 A에 대해 두 가지 다른 이유 R1과 R2를 가진다고 하자, 그리고 이중 실제로 행위를 행한 이유는 R2가 아니라 R1이라 가정하자
; 두 이유는 모두 행위를 합리화시키는 이유이긴 하지만, 실제로 행위의 동기가 된 이유는 하나일 수 있다
; 이때 설명적 역할을 하는 이유는 R1뿐이다 (R1 때문에 A를 했다)
; 그런데 행위를 합리화시킴으로써 이유가 행위를 설명한다는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두 이유 R1과 R2를 구분할 수 없다, “때문에”를 설명할 수 없다, 두 이유는 같은 정도로 행위를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인과 이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R1이 A의 ‘원인’이 되었다는 설명, 인과 이론을 받아들일 때만이 왜 R2가 A를 설명하지 못하고 왜 R1이 A를 설명하는지 말할 수 있다
; 행동에 대한 설명력이 있는 이유는 반드시 그것의 원인이 되는 이유여야 한다
; 이유는 행위의 원인이 됨으로써 행위를 설명한다 (이유가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것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

∴ 행위는 믿음, 욕구와 같은 이유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신체적 움직임으로 정의된다(데이빗슨의 행위론, 행위에 대한 “인과이론”)
; 심성인과의 핵심 전제가 이론적으로 뒷받침된다

동시에 데이빗슨은 정신 현상의 무법칙론을 주장한다
; 데이빗슨이 법칙이 없다고 주장할 때 초점을 맞추는 정신 현상은 표상 내용을 갖는 지향적 상태들에 한정된다
; 감각 경험 등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이것들은 물리 사건과 법칙적 상관관계에 있음이 널리 받아들여짐, 감각 상태와 연관된 신경 상관자를 찾는 것은 그럴듯하다)

정신 현상의 무법칙론
; 적어도 지향적 상태들에 대해서는 법칙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해야 한다
; 같은 유형의 믿음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유형의 신경적 상관자가 있다는 것은 그럴 듯하지 않다(법칙적 상관관계는 유형간의 동일성)
; 지향적 상태를 어떤 사람에게 귀속할 때 합리성의 원리가 작용한다, 합리성에 의해 규제된다
; 반면 두뇌 상태는 합리성과 관련되지 않는다
; 이러한 차이로 인해 지향적 상태에 대해서는 법칙이 있을 수 없다

이때 합리성의 원리란?

  1. 어떤 사람에게 믿음을 귀속시킬 때, 그 믿음들이 일관된다. 한 사람에게 모순된 믿음을 귀속시키지 않는다
  2. 어떤 사람에게 한 믿음을 귀속시킨다면, 그 믿음의 명백한 논리적 귀결도 귀속시킨다

; 데이빗슨은 믿음 상태에 있어 합리성의 원리는 믿음을 구성하는, 믿음의 본질이 되는 원리라고 생각한다(심성을 구성하는 원리)
; 지향적 상태는 지향적 상태이기 위해 합리성의 원리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

데이빗슨의 논증
; 귀류법을 사용해, 신경 상태와 믿음 상태를 연결하는 심물법칙이 있다고 가정하자
; 그렇다면 우리는 합리성의 원리와 상관없이 심물법칙에 따라 믿음을 주체에 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두뇌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읽어냄으로써 믿음을 귀속할 수 있다)
; 합리성의 원리는 믿음을 귀속시킬 때 그것을 규제하는 유관한 원리가 될 수 없다
; 심성을 구성하는 핵심 원리가 합리성의 원리이기 때문에, 믿음은 더 이상 심적 상태가 아니게 된다
; 그러므로 심물 법칙가 있다는 가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심물 법칙은 있을 수 없다

∴ 적어도 지향적 상태와 관련된 심적 영역은 두뇌 상태와 관련된 물리적 영역과 완전히 다르다, 다른 원리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두 영역을 연결하는 법칙은 있을 수 없다(비환원주의)

심물 법칙은 없으나 심적 사건이 물리적 사건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면, 심물 인과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닌가?
; m이라는 심적 사건이 p라는 물리적 사건의 원인이라고 하자
; 이때 m 유형과 p 유형간의 법칙은 없다
; 그런데 일반적으로 법칙적 개념에 따르면 m이 p의 원인이 되려면 m과 p를 연결하는 법칙이 있어야 한다
; 따라서 심물 인과는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데이빗슨의 해결책: 무법칙적 일원론
; 두 사건을 이어주는 법칙이 존재한다
; 이 법칙은 심물 법칙과는 다른 종류의 법칙이다, 두 사건이 포섭되는 법칙이 있기만 하면 되므로(인과에 대한 법칙적 개념)
; 물리적 유형 n과 p를 연결하는 물리적 법칙에 두 사건이 포섭됨으로써 인과관계가 설명된다(유일하게 포섭될 수 있는 법칙은 물리법칙)
; 심적 사건 m이 어떻게 물리적 유형 n에 속할 수 있는가?
; 심적 사건 m은 물리적인 사건이다, 적어도 물리적 사건의 원인이 되는 심적 사건은 모두 물리적 사건이다(유형 동일론 x, 개별자 동일론)

; 심물인과가 있다고 해서 꼭 심물법칙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 인과에 대한 법칙적 개념에 따른다 했을 때 개별적 사건이 포섭되는 법칙만이 있으면 되지, 그 법칙이 꼭 심물법칙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 이때 데이빗슨이 말하는 ‘법칙’은 엄밀하고 결정론적인 강한 의미의 법칙, 그런 종류의 법칙은 물리법칙뿐이다
; 따라서 물리적 유형 n과 p를 연결하는 물리적 법칙에 포섭함으로써 심적 사건과 물리적 사건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 이는 심적 사건 m이 물리적 유형 n에 포섭된다는 뜻이므로, 심적 사건 m이 물리적 사건임을 의미한다
; 인과관계에 들어오는 모든 심적 사건들은 모두 물리적 사건이다(사실 인과관계에 들어오지 않는 심적 사건은 없다 > 모든 심적 사건들은 물리적 사건이다)
; 이는 개별자 동일론으로, 심적 유형이 물리적 유형과 같다는 것은 아니다
∴ 무법칙적 일원론 = 심물 무법칙론 + 심적 사건과 물리적 사건의 동일론(일원론)

‘사건’에 대한 데이빗슨의 입장
; 어떤 사건이 심적인지 물리적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심적 종류에 속하는지 또는 물리적 종류에 속하는지에 달려 있다
; 여기서 ‘또는’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즉 어떤 사건은 심적 종류에 속하면서 동시에 물리적 종류에 속할 수 있다
; 사건 m은 물리적 종류에도, 심적 종류에도 속한다
; 그런데 이때 물리적 종류에 속하는 것에 의해 사건 m이 법칙에 포섭되고 인과관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 그럼에도 여전히 사건 m은 심적 종류에도 속한다

cf. 김재권은 ‘사건’은 어떤 대상이 특정한 시간에 어떤 속성을 예화하는 것이라 본다
; 실재하는 보편자로서의 속성이 있어서 그 속성을 예화하는 것이 사건, 이때 속성은 사건의 한 구성요소
; 심적인 속성을 예화하면 심적 사건, 물리적인 속성을 예화하면 물리적 사건

; 데이빗슨에게 사건은 속성을 예화하지 않는다, 사건은 속성과 전혀 관련되지 않는다, 속성을 구성요소로 가지지 않는다
; 사건은 반복되지 않는 일회적이고 구체적인 개별자로, 다른 것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세계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자들이다(사건은 존재 차원)
; 존재 차원인 사건을 어떻게 서술하냐에 따라서(언어 차원) 심적으로 기술하면 심적 사건, 물리적으로 기술하면 물리적 사건이 된다
; 사건이 어떤 종류에 속하는지는 서술의 문제, 언어 차원의 문제, 개념적 차원의 문제이다
; 하나의 사건은 물리적으로 기술될 수도, 심적으로 기술될 수도 있다
; 데이빗슨에게 인과는 존재론적 차원(사건들의 인과적 관계), 법칙은 언어적 차원(사건 서술들의 관계)이다

; 이때 기본적으로 데이빗슨에게 모든 사건은 물리적 사건이다(물리주의, 일원론)
; 모든 사건은 물리적으로 기술될 수 있으며, 그중 일부는 심적으로도 기술될 수 있는 것이다(심적이면서 동시에 물리적인 사건)

; 심적 사건들을 포함하는 인과관계는 심적 사건이 물리적으로 기술되어 물리적 종류에 속함으로써 가능해진다(법칙적 개념을 만족시키면서)
; 심적으로 기술되는 사건들 사이에는 어떤 법칙이 없고, 그 영역을 지배하는 원리는 합리성의 원리이다
; 심적 영역에 보편자로서 실재하는 속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 차원에서 기술되는 것들이다

데이빗슨은 무법칙적 일원론을 통해 심성인과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심신 사건의 인과성은 설명 가능하다!)
; 그러나 무법칙적 일원론이 정말 심적 속성의 인과력, 심적인 것으로서의 인과력을 살린 것인가?
; 데이빗슨은 심적 사건이 물리적 사건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설명한다, 그러나 그때 심적 사건이 원인이 되게끔(인과관계에 들어오게끔) 해 주는 것은 심적 유형에 속함으로써(심적 속성을 가짐으로써)가 아니라 물리적 유형에 속하게 됨으로써(물리적 속성을 가지게 됨으로써)였다
; 진정한 의미에서 심적 사건의 심적인 것으로서의 인과력을 살린 것은 아니었다, 심적 유형으로서의, 속성으로서의 인과력을 살린 것은 아니었다
; 우리의 직관에서 살리고 싶었던 것은 특정 내용을 가지고 있는 심적 속성이었을 것이다
; 어떤 심적 속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행위에 인과적인 차이가 발생해야 할 텐데, 그런 심적 속성 없이 물리적 속성에 의해서만 설명하고 있다
; 이러한 이유에서 무법칙적 일원론은 “심적 속성 부수현상론”이라고 비판받는다

데이빗슨의 논의로 파생된 문제
; 심적 “속성”의 인과력을 어떻게 구해낼 것인가

  1. 인과에 대한 법칙적 개념을 완전히 부정
    ; 인과를 법칙으로 분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인과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원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결과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사실문)
  2. 인과에 대한 법칙적 개념을 약화
    ; 엄밀한 법칙 대신 좀 더 느슨한 법칙을 받아들이면, 심적 사건에 대해 느슨한 법칙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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