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심리철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0년 2학기 서울대학교 ‘심리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수업 자료를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크립키의 반론
데카르트의 상상가능성 논증의 현대적 버전, 유형 동일론을 비판하는 크립키에 의해 발전됨
; 크립키 이전 동일론자들은 심신동일성이 필연적 동일성이 아니라 우연적 동일성이라고 생각
; 선험적으로 참인 진술 – 필연적으로 참인 진술, 경험적으로 참인 진술 – 우연적으로 참인 진술의 외연이 같다고 생각
; 심신 동일성은 과학적 동일성과 같은 것으로, 경험적으로 참임이 알려지며 우연적으로 동일하다고 생각
; 그러나 크립키는 경험적으로 참임이 알려지지만 필연적으로 참인 명제들이 있다고 주장(과학적 동일성 명제)
; 크립키는 심신 동일성이 참이라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참이어야 하나, 그것은 우연적으로 동일하므로 심신 동일론은 거짓이라고 주장
; 크립키는 1. 심신 동일성이 참이라면 그것이 필연적으로 참이어야 한다 2. 심신 동일성은 과학적 동일성과 달리 우연적으로 동일하다 는 것을 보임
1. 심신 동일성이 참이라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참이다
; 크립키는 “고정 지시어”와 “비고정 지시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이를 증명한다
; 모든 가능세계에서 같은 대상을 지시하는 고정 지시어, 그렇지 않은 비고정 지시어
;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과 같은 기술구는 비고정 지시어, 이름과 “호랑이”, “물”, “빛” 등의 자연종 명사는 고정 지시어
; 동일성 진술 “X=Y”에서 “X”나 “Y” 중 하나가 비고정 지시어이면 이 진술은 우연적 동일성이다
; “X”와 “Y” 둘 다 고정 지시어이면 이 진술은 필연적 동일성이다
; 그러한 필연성 동일성 명제들이 과학에서의 이론적 동일성 명제들이다 ex. “물=H2O”, “열=분자운동에너지”
; 이러한 명제들은 경험적이면서 필연적으로 참인 명제들이다(후험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 알려진 경험적 동일성임에도 불구하고 우연적이지 않은, 필연적 동일성)
; 과학적 동일성에서처럼 “C-신경섬유 자극”과 “고통”도 고정 지시어이다
; 이때 “고통”은 고통스러움이라는 현상적 속성을 고정적으로 지시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둘 다 고정 지시어이므로 “고통=C-신경섬유 자극”이라는 이 심신 동일성 명제는 필연적 동일성이어야 함
∴ 심신 동일성이 참이라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참이다
2. 심신 동일성은 과학적 동일성과 달리 우연적 동일성이다
; 사실 ‘심신 동일성은 우연적 동일성이다’는 데카르트가 이미 상상가능성 논증에서 보여준 것이다
; “나”와 “내 신체”에 있어, 하나 없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카르트의 아이디어를 현대식 심신 동일론에 적용한다
; “고통”과 “C-신경섬유 자극”에 있어서도, 하나 없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나 없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상상 가능하다 > 상상 가능하면 가능하다 > 따라서 하나 없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 이러한 현대식 상상가능성 논증을 따르면, 심신 동일성은 우연적 동일성임이 밝혀진다
=> 이에 따라 크립키는 1. 심신 동일성이 참이라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참이다. 2. 심신 동일성은 필연적으로 참이 아니다. 라는 두 전제를 통해 3. 심신 동일성은 거짓이다. 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 동일론자들은 이때 크립키의 논증을 그대로 따르면 “물=H2O”도 거짓인 명제가 된다고 비판한다.
; 이에 대해 크립키는 심신 동일성은 우연적 동일성, 즉 “고통”과 “C-신경섬유 자극”에 있어 하나 없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며, 과학적 동일성은 필연적 동일성, 즉 “물”과 “H2O”에 있어 하나 없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 과학적 동일성에 대해서 우리는 하나 없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때 우리가 상상한 것은 ‘물이면서 H2O가 아닌 세계’가 아니라 ‘물과 피상적 속성이 같은 어떤 물질이 H2O가 아닌 세계’이다. 즉 이는 “물=H2O”일 때와 인식적으로, 질적으로 동일한 세계이다. 따라서 과학적 동일성 명제에 있어서는 과학적 동일성이 거짓이라는 결론이 따라나오지 않는다.
; 반면 심신 동일성에 대해서는 하나 없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위와 같은 논리로 우리가 상상한 것은 ‘고통과 피상적 속성이 같은 어떤 상태가 C-신경섬유 자극이 아닌 세계’일 수도 있다고, ‘고통과 같은 현상적 속성을 가지지만 고통은 아닌 다른 어떤 것이 C-신경섬유 자극이 아닌 세계’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모순적이다. 고통은 아니지만 고통과 현상적으로 동일한 인식적 상태는 가능하지 않다. 고통은 그 자체로 현상적 속성을 지시하는 표현이기 때문에(고통의 본성이 그 현상적 속성이기 때문에), 고통과 현상적으로 동일한 상태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고통이다.
따라서 크립키의 논증을 이처럼 정리했을 때,
(1) “고통=C-신경섬유 자극”이 참이라면, 필연적으로 참이다.
(2) 고통은 없고 C-신경섬유 자극만 존재하거나 또는 그 반대 경우가 상상가능하다.
(3) 상상가능하면, 가능하다.
(4) 따라서 고통은 없고 C-신경섬유 자극만 존재하는 또는 그 반대 경우가 가능하다.
(5) 따라서 “고통=C-신경섬유 자극”은 필연적으로 참이 아니다.
(6) 따라서 “고통=C-신경섬유 자극”은 거짓이다.
에서 과학적 동일성은 (2)를 부정할 수 있지만, 심신 동일성은 (2)를 부정할 수 없다.
심신 동일성에 대해 과학적 동일성과의 유비를 통해 동일론을 펼치는 동일론자들은 틀렸다, 두 동일성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유비가 성립하지 않는다.
가능한 반박
; 상상가능성이 가능성을 함축하는가?
; “고통”이 고정지시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