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철학] 데카르트의 심신 인과 논제와 짝짓기 문제

본 [심리철학] 항목은 교수님께 동의를 얻고 2020년 2학기 서울대학교 ‘심리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용 흐름은 수업과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수업 자료를 최대한 풀어 쓰려 노력했다. 본 글에는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전 문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금한다.


데카르트의 심신 인과
; 마음과 육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실체이지만(실체이원론), 그 두 실체는 인과적으로 상호작용한다(심신인과, 심성인과)

어떻게 실체이원론 내에서 심신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을까?
두 종류의 실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실체인데 어떻게 서로 인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엘리자베스의 비판
; 순수하게 사유하는 실체인 마음이 어떻게 신체의 물리적인 행위를 발생시킬 수 있는가
; 한 물체가 다른 물체의 움직임을 추동하는 경우를 보면, 물체들의 움직임은 접촉이나 충돌에 의해 발생한다, 그리고 그런 것이 가능하려면 공간 안에 연장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 공간성을 가지지 않는 종류의 실체인 마음이 어떻게 물질적 대상에 접촉하고 충돌할 수 있겠는가

데카르트의 반론
; 우리는 마음과 육체의 결합에 대한 원초적 개념을 가지고 있다
; 재반론: 인과에 대한 설명 없이 원초적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데카르트 옹호자들의 반론
; 엘리자베스가 말하는 인과적 영향에서 가정된 것은 물리적 대상들간의 인과이다
; 그러나 인과에 대해 물리적 대상들의 인과를 왜 꼭 모델로 삼아야 하는가? 인과에 대한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 예를 들어, 흄이 제시한 인과 이론인 ‘항상성 연접 이론’을 받아들인다면 엘리자베스가 제기한 문제는 사라진다.
(흄; A가 B의 원인이라는 것은 A가 발생할 때마다 B가 발생한다는 것, 두 종류의 사건이 시간적 선후관계를 가지고 연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

김재권의 짝짓기 문제(pairing problem)
; 애초에 엘리자베스가 제기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엘리자베스의 비판이 인과에 대한 특정 가정에 기반하지 않더라도 실체이원론의 심성인과 문제는 근본적으로 발생한다(항상성 연접 이론을 취해도 발생한다)
; 문제의 핵심 근원은 마음이 전적으로 비공간적임에 있다(마음과 육체가 완전히 다른 실체여서가 아니라)

짝짓기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
; 철수가 손을 들고 싶은 마음을 먹을 때마다 영수가 손을 들고 싶은 마음을 먹는다고 가정하자. 즉 이들은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동시발생적으로 움직인다.
; 이때 실제적인 인과관계는 (철수의 마음->철수의 손을 드는 행동), (영수의 마음->영수의 손을 드는 행동)에서만 성립하지만 항상적 연접 이론은 (철수의 마음->영수의 손을 드는 행동), (영수의 마음->철수의 손을 드는 행동)이 인과관계를 가지는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한다. 따라서 항상적 연접 이론은 실제 인과관계와 가짜 인과관계를 구별할 수 없다.

물리적 인과 상황에서 짝짓기 문제
; 물리적 인과의 상황, 총 A와 총 B가 동시에 발사되고 A의 발사가 갑의 죽음의 원인, B의 발사가 을의 죽음의 원인이다.
; 이때 A의 발사가 갑의 죽음의 원인이고 을의 죽음의 원인이 아니게 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바르게 짝지어 주는 관계는 무엇인가?
; 물리적 인과 상황에서는 방향, 거리와 같은 공간적 관계가 답이 될 수 있음, 총 A가 갑을 향하고 있었고 갑과 적절한 거리에 있었다는 사실

• 김재권, <물리주의> 해석
; 동일한 내재적 속성을 가지는 두 대상 중 어떤 하나는 제3의 대상과 인과적 관계를 맺지만 다른 하나는 인과적 관계를 맺지 않는 문제
; 동일한 내재적 속성을 가지므로 동일한 인과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둘 중 한 가지와만 제3의 대상이 인과적 관계를 맺는다
; 따라서 내재적으로 같은 두 대상을 인과적 상황에서 구별해내는 짝짓기 관계 R이 필요하다(내재적 속성이 아닌 ‘관계’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 그러한 R은 공간적 관계뿐인 것 같다

• 왜 하필 공간적 관계인가?
; 물질의 불가입성 원리 때문
; 한 시점에 같은 공간을 점유하는 물리적 대상들은 같은 대상이라는 원리
; 따라서 내재적으로 동일한 두 대상이 있을 때 두 대상을 수적으로 구별해주는 것은 공간(다른 공간의 점유)이다
; 공간만이 물질적 대상들의 개별화 기준을 제공한다
; 따라서 A와 B가 제3의 대상 C에 대해 가지는 구별되는 공간적 관계가 A와 B가 C에 대해 가지는 인과적 영향력의 차이를 설명한다

심적 인과 상황에서 짝짓기 문제
; 심적 실체의 인과의 경우에는 무엇이 짝짓기 관계가 될 수 있을까?
; 마음은 공간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비물리적 실체이므로 마음이 원인이든 결과이든 심적 인과 상황은 공간적 관계를 통해 설명할 수 없다!
ex. 마음 A, B가 있고 행동 H가 행해졌을 때 A가 원인이 되어 H가 일어났는지 B가 원인이 되어 H가 일어났는지, 인과관계를 구별해주는 짝짓기 관계는 공간적 관계가 될 수 없다.
; 공간적 관계를 제외한 대안적인 짝짓기 관계가 있는가?
; 최선의 설명은 지향적 관계인 것 같으나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음

• 마음의 비공간성이 문제가 된다면, 영혼이 공간 안에 위치를 가질 수는 없는가?
; 영혼에 연장하는 것으로서의 위치를 부여하면 데카르트적 이론에 위배되므로(물질의 본성이 연장) 영혼이 한 기하학적 점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얻은 신경과학적 사실들은 영혼이 단일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는 견해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또 점이라는 가정은 영혼이 발휘하는 모든 인과적 작용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구조가 되지 않는 것 같다
; 영혼이 몸 또는 뇌에 있다고 말하면 선결문제의 오류가 발생한다, 왜 하필 영혼이 뇌에 있는지 물어보면 뇌에서 정신현상과 두뇌현상의 인과적 상호작용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하는데, 짝짓기 문제는 애초에 특정한 인과관계가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 영혼에 위치를 부여함으로써 짝짓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혼에도 불가입성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영혼에 불가입성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없다, 또한 불가입성 원리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영혼은 더 이상 비물리적인 것이 아니지 않을까?

김재권의 결론(짝짓기 문제의 결론)
; 인과 관계와 공간성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 ‘공간성이 없으면’ 인과가 불가능하다 정도의 강한 주장으로까지 해석 가능
; 단순히 몸과 마음이 다른 종류의 실체이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간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마음은 인과관계를 가질 수 없다
; 몸과 마음 사이의 인과뿐 아니라 마음과 마음간의 인과도 불가능하다

+ 짝짓기 논증에 대한 또 다른 가능한 비판
; 인과관계가 가능하기 위해서 올바른 원인과 결과를 짝지워 주는 관계 R이 있어야 한다는 가정을 부정할 수 있지 않을까, 즉 원인과 결과를 짝지워 주는 관계 R이 인과 관계 그 자체이기 때문에 또 다른 관계에 호소할 필요가 없다, 인과는 비인과적인 사실들로 환원(또는 설명)될 수 없는 원초적(primitive)이고 맹목적 사실(brute fact)이다
; 인과를 환원시켜서 또 설명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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