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인문 분야, 특히 철학의 글은 생각이 다 정리되고 그걸 다 담는 게 아니다. 글을 쓰면서 자기 생각과 인터렉션 하는 것이다. 생각이 명료하면 글이 명료하게 쓰이고, 명료하게 쓰인 글은 자기 생각을 더 명료하게 만든다. 모호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글이 모호하게 쓰이고, 모호한 글은 자기 생각을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한다.

글은 내 생각을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단어 하나하나 선택하는 걸 고민하면서 해야 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자꾸 뜯어보고 가장 적절하게 쓰였나, 가장 컴팩트하게 쓰였나 들여다 봐야 한다. 이 분야는 글쓰는 게 공부의 반이다. 처음 논문을 쓰면서 어려움을 겪는 과정이 곧 공부하는 과정이다.

글을 명료하게 써 나가다 글이 막혀서 더 이상 ‘글’이 안 나오면 그 부분이 연구가 덜 된 것이다. 거기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짜내든, 산책을 하든, 다른 글을 더 읽든 해서 더 프레시한 생각을 짜내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어떤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면 막혔던 게 뚫리고 글이 또 나아가지는 것이다.


요즘 연구했던 내용을 디벨롭해서 논문으로 정리하는 중이라 개인 공부를 거의 못 하고 있다. 고민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시간을 보내는 중인데, 이제까지 써 간 내용으로 교수님과 면담을 하며 좋은 말씀을 참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 가졌던 깨달음과 성찰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 기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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